나는 요즘 가을이 하루하루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오감으로 느끼고 있다. 요즘은 주로 집 밖에서 온종일 일을 하면서 산과 하늘, 들판에서 가득 밀려오는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살고 있다.
나는 가을을 본다.
산골의 가을 하늘은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지만 물기 한 점 없이 청명하다. 벼가 익어가는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면서, 동내 박 씨 아저씨 부부가 장단 맞추어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산골의 가을을 보고, 대추 알들이 검붉게 익어가는 모습에서 가을을 본다.
나는 가을을 듣는다.
“찌르르” “찌르르” 울어대는 귀뚜라미, 찌르레기, 풀벌레들의 소리들에서 가을을 듣는다. 풀벌레들의 소리는 신기하다. 관심 없으면 없는 듯 들리지 아니하고, 들고자 조용히 귀 기울이면 그 소리 점점 커져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되어 들려지고, 때론 아련한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가을을 담는다.
매일매일 색 다르게 채색되는 산과 들을 바라보며, 때론 우수수, 때론 살포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볼 때에 가을이 가슴으로 담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향과 색상이 짙어지는 국화꽃, 서릿발에도 태양을 닮은 붉은 금색을 뿜어내는 금잔화에서 고고함을 마음에 담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연분홍 감홍시를 보면서 가을의 풍성함을 마음에 담는다. 병풍처럼 마을을 사방으로 둘러쳐진 산하에서 품어져 나오는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듬뿍 담는다.
나는 가을을 먹는다.
아삭아삭 하고 달콤하게 잘 익은 생대추, 맛보며 가을이 왔음을 혀끝에서 느낀다. 도시에는 생대추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달고 아삭한 생대추의 독특한 맛을 이 산골에서는 볼 수 있다. 산골 마을에서 가을의 백미는 홍시이다. 붉은빛을 내면서도 맑고 투명한 잘 익은 감홍시, 달고 부드러운 감홍시가 입안에서 목으로 넘어갈 때에 가을을 진하게 먹는 것이다.
나는 가을이 좋다.
나는 가을이 좋다. 봄도 참 좋고, 여름도 겨울도 다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가을은 또 다른 맛과 멋이 있다. 가을이 주는 은은한 정취는 나로 하여금 없는 시상도 떠오르게 하고, 서투른 솜씨로 시까지 쓰게 만든다. 내게 가을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내 삶의 자리가 자연과 가깝고, 내 인생도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에 어느덧 다가온 가을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