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행복
요즘 예쁘고 고운 꽃들이 산골마을 뒷동산, 들판, 마을 길, 집집마다 끊임없이 피고 지며
마치 멋진 축제 기간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집 벚꽃은 정말 예쁘지? 꽃 봉오리들이 진해 벚꽃처럼 정말 탐스러워...”
마당 끝에 서 있는 벚꽃 나무들을 바라보시며 어머니가 하시는 말이다.
우리 어머니는 꽃을 아주 많이 좋아하신다. 올해는 봄에 비가 적게 와서인지 벚꽃이 더 화사한 것 같다.
겨울의 끝자락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매화나무에 다가서 보면
진분홍의 꽃망울들이 수줍은 듯이 맺혀 있다.
어느 날 그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봄꽃 축제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윽고 산 아래쪽 양지 마른 곳부터 진달래가 소리 없이 연분홍 색의 수를 놓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봄꽃 축제가 시작된다.
그때부터 수많은 꽃들은 사람들의 발아래와 화사하게 머리 위로까지 가득 펼쳐 놓는다.
이윽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서로 경연하듯이 피어나면
산골 마을은 꽃에 파묻히고, 만물과 사람이 봄꽃 향기에 취한다.
“이곳에 벚꽃은 색깔부터가 다르네요.”
산골마을에 땅을 사놓은 도시 분이 마을에 활짝 핀 벚꽃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왠지 그렇게 느껴진다.
청정한 산골에 맑고 깨끗한 환경이 꽃의 빛깔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하늘로부터 꽃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화사하고 화려한 봄의 축제가 절정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꽃비를 만드는 것은 벚꽃 잎들이다. 화려하게 피어올랐다가
기일이 지나면 사방으로 꽃잎을 휘날리며 꽃비를 만들어 낸다.
마당에도, 길에도, 장독 위에도, 어머니 집 담장에도,
돌담 공사를 할 때는 얼마나 꽃잎이 많이도 떨어지는지...
꽃잎도 함께 넣고 담을 쌓으면 담장이 더 예쁘게 쌓아졌을까?
배꽃의 흰 색깔을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배꽃을 쳐다보면 순백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화(梨花)라고 했던가?
4월이 가고 5월에 접어들면 봄은 자신의 역할을 조용히 여름에게 맡기고 살포시 떠난다. 내년을 기약하며...
나는 지금 6 순의 나이임에도...
해마다 강원도 산골에서 봄을 맞이하던 소년의 마음으로 봄을 맞이한다.
약동하는 봄의 진미를 맛보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은,
봄이 오는 것과 가을이 오는 것이 서로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봄과 가을이 멋과 맛이 서로 진배가 없지만,
계절이 다가오는 느낌이 서로 미묘하게 달라 묘미가 있다.
가을의 기운은 하늘에서 산 정상을 살포시 내려앉아, 서서히 산 아래쪽으로 타고 내려온다.
그런데 봄은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점점 대지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하늘부터 오는 가을, 땅 속으로부터 오는 봄, 오묘한 계절의 변화를 온 마음으로 느낀다.
사실 나는 지난날 많은 시간 동안 계절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다.
도시 생활을 할 때에는 추우면 ‘겨울인가 보다!’ 더우면 ‘여름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사람이 계절의 변화를 모르고 사는 것만큼 정신없고 삭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작은 산골마을
계절의 변화를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게 하는 곳이다.
나는 이제 해마다 봄이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봉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마음속으로 부르며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