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 있어 마을 탐방은 여행의 백미 중에 하나이다. 여행 후에 ‘우와’ 하고 감탄한 이름난 명소들보다 잔잔하게 오랜 여운으로 남는 기억은 마을 여행이다. 마을은 나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실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떠나 다른 사람의 일상과 만나는 것이다.”는 말이 있는 이유이다.
선진국들은 발전과 개발 속에서도 마을의 고유한 가치들을 지켜가고 있다. 마을의 외형적인 모습도 새마을 운동처럼 획일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마을의 유무형의 특징과 가치들을 보존하면서 창의적으로 가미한 조화로움이 있다. 마을에 역사를 품은 오래된 것들이 마을 주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나아가 수익 창출로도 이어져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많다. 일본을 알면 알수록 차이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나는 한 워크숍에 참석하여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정통한 강사의 강의를 듣고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일본과 한국은 역사, 인종, 위치가 매우 가까이 붙어 있음에도 민족성이 많은 차이가 납니까?” 강사의 설명은 조금 길었지만 역시 핵심은 마을의 차이였다.
일본 총리가 마을에 찾아오면 마을에 대표가 인사를 하러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총리가 마을의 대표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통령이 마을에 왔는데 마을 대표가 나가서 인사를 해야지’ 생각을 할 것이다. 일본은 마을에서는 마을의 대표가 더 중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국가사회가 마을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사회풍토이다.
전근대적 국가일수록 사회가 중앙 중심적이고 획일적인 국가사회이다. 지방이나 마을은 중앙의 종속된 변방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중앙과 지역을 위계구조로 보는 개념은 역사의 승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헬라 제국은 아테네, 로마제국은 로마, 중국은 북경이 세상 중심이라 생각했다. 기득권자들이 세상을 자기들 위주로 돌아가도록 주입시킨 사고방식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하위 개념으로서 지역이란 없다. 어떤 곳도 세상에 중심이란 본래부터 없다. 종속이나 위계 개념은 언제나 권력과 부를 독점하려는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후진적이고 독재적인 국가일수록 중앙과 지방의 차별의식이 강하다. 북한 사회에서 평양이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은 북한이라는 국가가 어떤 사회인가? 말해 주고 있다.
마을들이 고유성과 독자성들에 인정은 한 국가사회의 건강성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마을은 국가사회의 최소 단위이며, 국민들의 삶과 일상의 주요 자리이다. 마을은 몸에 있어 세포와도 같다. 몸이 건강하려면 세포가 건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인 것처럼 건강한 마을은 건강한 국가사회의 기반이며 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