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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주 우프(WWOOF)-이상한 토마토 정원

둘째 딸 - 고된 우프(WWOOF) 체험

by 이강헌

“토마토 정원이 있으면 토마토를 많이 먹을 수 있을까?”


호주에 토마토가 엄청 비싸다.

이번에 가는 우프 호스트 집의 안내 정보에는

“애들은 같이 산책 정도 해 주면 된다고 적혀 있었으니까 좀 괜찮겠지~”

첫 번째 우프를 하였던 호셈 지역의 커다란 올리브 농장에서

두 번째 우프를 위해 아라렛으로 가는 길에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크던 올리브 농장을 떠나서

작은 토마토 정원과 6명의 아이가 있다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가는 우리는 짐 때문에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은 날 것처럼 가벼웠다.

너무 큰 농장 일에 비하면 작은 토마토 정원은 일이 쉬울 것 같았고,

"아이들이 있는 집에 가야 안전하고 음식이 좋다"는 우프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토마토 정원이 있다는 우프 호스트와 전화 연락을 하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픽업할 장소를 정해 만났다.

이번에도 여자분이 나오셨는데 첫인상도 좋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도 환영을 해주어서 이번 집에서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까 살짝 기대도 되었다.

토마토 농장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먼저 숙소라며 마당에 작은 천막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이곳에서 잠을 자라니?’ 그때 날씨는 가을로 낮에는 꽤 따듯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아주 추운 날씨였다.

나는 웃으며 알았다며 대답했지만 사실 이 추운 곳에서 어떻게 잠을 자라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또한 마당 앞은 다 숲이어서 모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벌레들이 나왔다.

우리는 이곳에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슬쩍 들기 시작했다.


토마토정원집 식사준비.jpg


에게, 이 것이 토마토 정원이라고?

이윽고 토마토 정원이라고 안내받고 우리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우리가 상생했던 보다 작아도 정말 너무나도 작았다.

두 평 채 남짓, 작아도 너무 작은 토마토 정원...


우리가 생각했던 마당 가득한 토마토 정원은 어디도 없었다.

호스트는 아침마다 작은 꽃밭 만한 토마토 정원에 물을 주고

마당 주변에 키우는 나무들에 물을 주면 된다고 했다.

그다음 일은 생기는 대로 알려주신다고 하였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아이들이 놀자며 여기저기 우리를 끌고 다녔다.

아이들은 말이 느려서 알아듣기가 쉬웠고, 내 말도 잘 알아들었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몇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다 모여서 보니 1살부터 9살까지 아이들이 총 7명이었다.


아이들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우리는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씨름하다시피 돌보다 보니,

어느새 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의 악몽을 예상하지 못한 채 우리는 치쳐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아이 옆 모습.jpg


다음날 아침,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학교를 보냈다.

그리고 리사는 해야 할 일을 설명을 해 주었다.

우프 정보에 나와있던 몹시 자그마한 토마토 정원에 아침마다 물을 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생각지 못한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놀 곳을 짓는다며 시멘트, 삽질, 페인트칠 등 막노동이 시작되었다.


또 일을 쉴 때는 아이들과 놀아 주어야 하고, 설거지, 빨래, 청소 등 집안일까지 해야 했다.

더한 것은 주말도 없이 일을 시켰다. 다음날부터 더욱 본격적인 힘든 일이 시작되었다.

무거운 나무 자재를 옮기는 일부터

시멘트 작업, 잔디심기, 집 주변에 잡초 뽑기, 모래 옮기기,

2층 건물에 사다리를 타고 다니며 페인트칠까지 했다.

아침부터 새벽 1시까지 일을 한 적도 있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또다시 일을 시켰다.


수지 아이 교육.jpg


이집은 우프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사람들 같았다.

주말에도 일을 시키는 것은 우프 취지를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다.

이 집은 토마토 정원관리는 명목 같아 보였고, 실재는 우퍼들은 집안의 힘든 일은 다 시켜 먹는 곳이었다.


우프 프로그램의 취지는 외국인이 와서 농가 일을 돕고 문화교류를 하는 것인데

주말에도 일을 시켜서 한 번도 주변을 다녀보지 못했다.

이런 곳은 우프가 아닌 노동 착취와 다름없다.


우리는 더 이상은 이 집에 머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집과 연결을 시도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다음 호스트가 연락이 닿을 때까지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호스트가 연락이 되자마자 바로 떠났다.

처음에는 한 달을 머물려고 했던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3주 만에 탈출하듯이 다른 집으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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