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 - 호주 백인사회의 문화 체험
이번에도 인상이 좋은 여자분이 우리를 픽업하러 오셨다.
이전에 만났던 호스트들보다 활발하셨고 굉장히 친절하셨다.
세 번째 호스트인 케이티와 휴의 집에 도착했다.
케이티는 아버지 대부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캐슬 매인이라는 예쁜 마을에 있었다.
우리가 지내야 할 곳이라며 숙소로 대려다 주었고 여기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이곳은 유기농법을 하는 곳이다.
케이티는 우리에게 화학성분이 있는 비누, 샴푸, 향수를 쓰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유기농 과수원이기 때문에 과일나무들이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전부 금지한다고 했다.
우리는 향수도 안 쓰고 선크림도 바를까 말까였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는 아늑했고 따듯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니 가족들이 저녁을 먹으러 왔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케이티는 휴의 어머니인 리와 함께 살았고 3명의 자녀가 있는데 2명은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고
막내 18살 다니엘만 함께 지내고 있었다. 케이티는 이혼을 하고 휴라는 남자와 재혼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막내 다니엘은 한주는 엄마인 케이티네 집에 한주는 아빠의 집에서 지낸다.
또 남편 휴도 1명의 딸이 있는데 독립해서 지냈지만 휴가 때는 아버지를 보러 며칠은 새엄마가 있는 집에서 지내고 가기도 했다. 이렇게 좀 복잡한 가족관계이지만 가족의 분위기는 뜻밖에 화목하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케이티가 한 말이다.
케이티는 아주 활발하고 상냥한 아줌마였다.
집에 도착하자 집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과, 일할 시간과 쉬는 시간을
확실하게 설명해준 데로 우프 생활을 하게 하였다.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한 과수원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쾌활한 케이티 덕분에 하루 종일 웃으며 일을 할 수가 있었다.
호주가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로 깊숙이 들어가 오게 되면 동양인이 하나도 없고 백인들만이 살아가는 곳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동양인인 우리를 경계하고 어떨 때는 위험할 때도 있다.
케이티네와 종종 식당에 갈 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온 우리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고
때론 낯설어하고 경계하는 시선도 느낄 수가 있다.
케이티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우리를 최고의 우퍼라며 소개한다.
그리고 케이티 자신과 함께 머무는 사람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호주는 적지 않게 동양인을 무시하는 곳이다.
하지만 케이티가 나와 함께 머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아무도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는 케이티의 친절한 보호 아래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느덧 내가 우프(WWOOF)를 시작한 지 4개월째
케이티의 집에 머문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이전보다 영어도 잘 들리고, 외국인과 지내는 것이 익숙해졌다.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하고 케이티와는 장난도 많이 친다.
사실 우프를 하는 동안 가족같이 지낸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호스트 케이티는 이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좀 유명한 사람이다.
유기농법으로 상을 받을 만큼 유기농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티의 유기농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유기농법 세미나를 자주 여는 편이다.
세미나는 과수원의 넓은 작업실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멜버른 시티에서 열기도 한다.
우리는 멜버른 시티에서 세미나가 열릴 때면 같이 가서 세미나 준비를 돕는다.
세미나를 하는 동안에는 우리는 멜버른 시티를 구경도 한다.
세미나가 마치면 멜버른 시티에 살고 있는 케이티와 휴의 자녀들을 만나소 놀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얼굴을 보다 보니 다들 정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