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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Dec 22. 2021

어느새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 손녀

나도  손주 바보가 되었나?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인가?

  한 번도 나는 “나도 손주 좀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환갑이 넘고, 친구들이 손주를 봤다고 좋아하며 SNS로 자랑을 해도 나는 손주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딸들이 결혼을 했어도 ‘이제 나도 곧 손주를 보겠구나!' 하는 기다림 같은 것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손녀가 태어났다. 

  둘째 딸이 딸을 낳아 나도 손녀를 보게 된 것이다. 신기하고 반갑고 무엇보다 딸이 순산을 한 것에 감사했고, 딸이 딸을 낳아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해 보였고, 30년 전 딸이 태어나던 때와 오버랩이 되어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국에 병원에 찾아가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영상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못 봐서 답답한 마음까지는 아니었다. 마음이 손녀에게 온통 다가 있고, 한 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어 하는 집사람과 다르게 '내가 너무 무관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은근슬쩍 들기도 했지만, '곧 보게 될 것이니 하며...'



“우리 딸 예쁘지요?

엄마! 아빠! 고마워요! 

우리 딸이 사랑스러운 것은 내가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고 커서 그런 것 같아요.” 


  둘째 딸이 카톡으로 손녀 사진과 함께 보내온 글이다. 

둘째 딸이 갓난아기 손녀와 함께 조리원을 거쳐 퇴원하여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딸이 있는 집에 자주 가서 손녀 얼굴도 보고, 딸이 산후조리도 좀 더 하도록 뒷바라지도 하고, 무엇이든지 도와주고 싶어 가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백일해 주사를 맞아야 손주를 볼 수 있다는 뜻밖의 소식... 

부득이하게 손녀를 만나는 날이 또 미루어졌다. 백일해 주사와 코로나 백신 주사 맞는 일정이 겹쳐서 조정을 하다 보니 몇 주 간을 더 보냈다. 그동안 계속 사진과 동영상과 카톡으로만 소식을 주고받았다. 


사진과 영상 속의 손녀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자기 아빠의 모습을 쏙 빼닮은 붕어빵, 참 많이도 귀엽다. 늘 해맑은 눈웃음, 이제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는 모습들은 자기 엄마의 어릴 적 모습을 닮은 것 같아 더더욱 귀엽고도 예쁘다. 



어느새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손녀

  다행히 얼마 전부터는 손녀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속에 어렵게 만나서인지 처음 손녀를 보러 가는 날은 마치 공주님을 알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에 손녀가 100일이 지났다. 이제 이목구비도 더욱 또렸해 졌고 몸짓도 활발해졌고 반응도 다양하다. 요즘은 손녀를 만나면 반갑고 좋아서 나도 모르게 내가 재롱을 피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에 손녀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마음에 떠오른 귀여운 손녀의 모습에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띠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보고 싶은 생각까지도 든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손녀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 눈에 밟히고 있다. 

나도 벌써 손주 바보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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