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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Dec 24. 2021

이제, 나의 가슴앓이가 된 손녀

“수술이 끝났고...

이제 기계 빼고 환부 덮고..."

...........   

............   


"수술하신 의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수술 부위는 잘 제거되었다고 간단하게 말하시네...

일단 마무리하고 회복실로 가고 하는데도

1시간은 더 걸린대요.”

...............

..............   

..............  

..............  

..............


유니 나와요!”


둘째 딸이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보내 온 카톡 내용이다. 

  100일을 맞이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손녀가 무려 7시간 가까이 걸리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윽고 그 작은 몸에 주사 바늘들을 꼽고, 여러 개의 링거 줄을 주렁주렁 달고 병실로 나왔다고 한다.


나무나 어린 아기인 손녀의 고통, 그리고 엄마가 된 딸의 아픈 마음이 안쓰러움과 함께 내 마음에 스멀스멀 밀려든다. 그동안도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왔던가? 수술 날짜를 받은 날부터 병실에 입원하여 몇 날을 걸쳐 여러 검사를 힘들게 고, 수술 준비를 위해 젖먹이를 식을 시켜야 하는 고충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 까지도 애잔하고 가슴 아리게 느껴져 왔다.


안타가운 것은 요즘은 코로나 시국이라 병실에 보호자 1인밖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아기 아빠조차도 면회실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식, MRA 검사, 주사, 그리고 마취와 장시간의 수술과 회복의 기간들...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아프고 두려운 시간들 일까? 그 모습을 홀로 지켜보고 엄마가 된 딸의 마음은 얼마나 걱정되고 아플까? 하는 생각에 우리 마음도 안타깝고 슬퍼진다.  



요즘은 손녀의 수술로 인하여 온 가족과 집안이 함께 애태우며 숨죽여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보내고 있다.

둘째 딸은 홀로 아픈 자기 딸과 병실에서 보내야 하고, 사위는 직장이 부산이라 서울과 부산을 수시로 오가는 고충과 고담함이 있다. 생각해보면 부모는 자식이 아플 때 마음이 제일 가난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느낌을 딸이 받고 있을 것 생각하니, 딸의 부모인 우리 마음도 또한 아파온다.  


우리의 마음은 단숨에 손녀와 딸이 있는 병원으로 벌써 달려가서 무엇이든지 도움을 주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 현실은 가보았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병원에서 오는 소식과 손녀의 상태를 휴대폰만 들여다 보며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딸이 먼저 카톡을 주지 않으면 먼저 물어 보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혹여 너무 바쁜 상황은 아닐까? 혹여 힘들어하고 있는 중일까?' 가슴 졸이며 기다리다가 카톡으로 소식이 오면 비로소 잠시 소식을 주고 받곤 한다.


병원에서 카톡으로 보내온 녀의 사진은 이전에 생기발랄하고 화사하게 웃는 예전 모습과 좀 다르다.

몸과 마음이 편치 않는 모습과 표정이 사진에서도 느껴져 와 마음이 더더욱 아프다. 하지만 딸에게는 이런 느낌의 언급은 삼가고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엄마인 딸의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서...        



“우리 딸 힘내라!

장하고, 대견하다. 그래서 늘 고맙다!

우리는 그렇게 엄마가 아빠가 되고...

자식을 아픈 가슴으로 키우며 어른이 되고...

인생을 배워가는 것 같다.


그리고 두려워 말고 기도하며

감사함으로 기다리자

세계에서 의료시설이 뛰어난 대한민국

최고의 수준의 병원에서

권위 있는 의사 선생님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감사한 일로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유니의 건강한 모습을 기다리자♡”


카톡으로 병실에 있는 딸에게 보낸 글 이다.

요즘은 온통 내 마음이 손녀와 딸에게로 가 있다. 무엇을 하든지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기도하게 하고 있다.

이제, 손녀는 나의 가슴앓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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