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사랑해...
뭔가 엄청난 일이난 것 같아,
근데 난 살 수 없을 것 같네...
여보 사랑해, 아이들 잘 부탁해.
from. 아내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 당시
테러당한 건물 안에 있던 아내가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이다.
911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항공기 하이재킹과 자폭 테러사건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역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이다.
3,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들 중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더더욱 슬픈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표현했듯이
911 테러 사건은 현대의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이다.
역사적으로 일찍이 양문명 간에 거대한 충돌이 있었다.
중세시대의 십자군 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은 200여 년간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간에 9차례나 일어났던
세계 역사에서 가장 길고 참혹했던 전쟁이었다.
1차 십자군 전쟁에서 십자군들이 예루살렘을 정복 시에 잔학한 살육으로
성안에 피가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끔찍하고 참혹했었다고 한다.
반면에 2차 전쟁, 이슬람이 예루살렘을 재 정복할 때에는 살라딘 장군은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마음의 슬픔까지 보듬어 주었고,
전쟁 포로들도 조차도 안전하게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 주는 관용과 자비의 태도를 보여 주었다.
물론, 예루살렘 왕인 보두앵 4세와 같이 애민 정신으로
주민들이 가진 종교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화를 추구하는 기독교인도 있었다.
영화 <킹덤 오브 해븐>
은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러한 사실들을 잘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는 기독교나 이슬람교 어느 편을 들지 않고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11세기 당시 교회는 그리스도의 발자취가 있는 예루살렘에 열망으로 성지순례가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이슬람 안에 셀주크 투르크가 강력해지면서 성지 예루살렘이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어,
성지순례가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동방교회의 비잔틴제국은 이슬람과 강폭 같은 좁은 바다를 국경으로 하고 있어서 늘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동방제국의 황제 알렉 스우시 1세는 서방교회 교황 우르바노 2세에게 군사적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당시 동방 교회와 사방 교회는 서로가 교회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사이가 좋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서방교회 교황은 교권 확장 등에 대한 야망으로 동방 황제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종교회의를 열어 교회를 이교도 이슬람 이교도 세력으로부터 구한다는
명분으로 결의를 얻어냄으로 비로소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었다.
당시 교황의 달변의 설교에 감동을 받은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데오스 불트(하나님이 원하신다!)”
를 외치며 참전을 맹세하는 일이 일어났고, 지역에서는 은둔 수도사 피에르를 필두로 하여 수도사들이 성전의 필요성에 설파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위 거룩한 전쟁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여러분! 십자군 전쟁에 참가하는 것은 주님의 거룩한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는 거룩한 명분,
"전쟁에서 죽으면 순교가 됩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지 전쟁으로 죽게 되면
모든 죄를 사함을 받고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는 종교적 면죄부,
게다가 이슬람에 가면 부를 차지 할 수 있다는 경제적 욕망까지 부추겨
수많은 사람들이 십자군 전쟁에 대거 참여하게 하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통점은 하나님과 구약성경을 믿는다.
또한 양자는 철저히 구약의 계율적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의 깊은 원인은 율법을 베이스로 하는 두 종교가 충돌한 사건이다.
일찍이 바울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사망아 너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고전 15:56)
율법적 신앙은 사람을 죄와 사망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바울사도는 로마서에서 율법신앙에 사로잡혀 있는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에 복종치 아니하느니라.”(롬 10:3)
바울은 그들이 가진 율법신앙의 속성과 함께 습성도 드러내고 있다.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롬 2:1)
인류역사의 벽두에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었다."는 의미도
"인간의 본성이 율법적이 되었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성경에서 율법을 "죄와 사망의 법"이라 하고,
복음진리를 "생명의 성령의 법"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교가 악의 경로가 되는 비극적인 일은
양상과 형태는 다를지라도
인류역사와 국가사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근래 한국사회에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사회에 증오와 적대감이 만연해지는 요인에 종교들이 큰 몫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오랜 물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