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들에게 주는 편지 1
산신령이 나무꾼에게 나타나서 물었다.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줄 터이니 말해 보아라.” 나무꾼은 선뜻 말했다. “돈과 여자를 주옵소서. 결혼도 못하고 가난합니다.” 산신령이 말했다. “한 가지를 준다고 하였더니 두 가지를 말하는구나. 선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준다. 돈 여자를 주마!” 물론 유머이다.
에릭 프롬이 쓴 책 가운데에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 있다. 「소유냐? 존재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 삶의 방식을 둘로 나누고 있다. 소유하는 존재가 있다. 존재하는 소유가 있다.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소유를 위하여 존재하느냐? 존재를 위하여 소유하느냐?’에 따라 달라도 한참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소유를 위하여 존재하는 삶은 ‘불만족’이라는 기차를 타고 ‘불행’이라는 종착역에 닿는 것과 같다. 소유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삶은 인생의 목적이 소유가 우선이 되는 삶이다. 소유가 주가 되는 삶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인생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한 투쟁이 되고, 사회는 만인이 만인을 위한 전쟁터가 된다. 적게 소유한 자는 박탈감으로 행복하지 않고, 많이 소유한 자도 신기루를 좇는 자처럼 행복이 잡히지 않는다.
소유가 목적이 되는 인생들이 행복이 없는 이유는, 돈이 없고 어렵게 살 때는 돈 없는 것이 불행이고 생의 제일 큰 고통이 된다. 돈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큰 과제이며 관심사가 되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최고 목표와 꿈이 된다. 이렇게 사는 인생은 삶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여유도 마음도 없다. 인생에 정말 중요한 시간들을 돈 버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자신의 인생에 더 중요한 것들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인간이 소유 위주의 삶을 살게 되면 패턴은 뻔해진다.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일들을 하고 살아가도 결국 동일하게 시소 타기 인생이 되고 만다. 잘되고 돈이 많아지고 위로 올라가면 은근히 교만해지고, 잘 안되고 밑으로 내려간다고 낙심하고 원망하는 패턴의 반복뿐이다. 돈이 없을 때는 근심과 걱정에 빠져 살며 비굴해지기까지 하고, 심지어 절망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소유를 위한 존재는 소위 성공을 하면 인생을 탐닉한다. 보다 맛있을 것을 먹는 재미, 보다 좋은 것을 사는 재미, 보다 큰 집, 보다 멋진 차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삶은 결코 만족이 없다. 더 큰 쾌락을 갈망하게 된다.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이다. 재벌가의 삶의 실상은 우리가 아는 것 그 이상이다.
인간의 행복은 결코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 나는 인생을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소유는 존재 목적에 충실하면 필요에 따라 주어진다. 인생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을 성실히 추구하는 삶을 살다 보면 소유는 선물처럼 받는 것이다. 나의 딸들아! 이러한 삶이 행복한 삶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