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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May 13. 2019

학교 다닐 때에 찌질 했잖아!

딸들에게 주는 편지 2

  젊은 날은 특권과 같다. 힘과 열정, 가능성과 기회가 무한히 열려 있는 때이다. 하지만 그 젊은 날이 그렇게 길지만은 않다. 머뭇머뭇, 우물쭈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귀한 젊음의 날들이 후다닥 지나가 버릴 수가 있다. “인생은 머뭇거리기에는 너무 짧다!” 하는 이유이다.


젊은 날은 인생의 여정에 있어 봄과 같다. 봄은 씨를 뿌리는 시기이다. 농사에 있어 파종은 가을의 수확에 커다란 영향을 주듯이 젊은 날의 시간들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별히 20대는 젊은 날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혹시 10대를 철없이 보냈다면 20대는 더더욱 만회를 해야 한다. 20대까지도 허비하고 나면 만회란 정말 쉽지 않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을 기억해라! 20대에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어떤 일에 집중을 하면, 그 수확은 평생의 기반이 된다.


20대는 무언가에 집중을 해야 하는 때이다. 공부든 일이든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미쳐야 한다. “미치면 미친다!” 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미친 듯이 몰입을 하고 살아야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집중을 할 때에 에너지가 발생하고 시너지 효과도 나타난다. 타고난 재능과 능력도 몰입을 할 때에 발굴되고 향상되고, 부족한 부분도 만회되고, 심지어 없다고 생각했던 역량도 신기하게 살아나게 된다.


사람이 어떤 일에 생각과 마음과 몸을 집중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혜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요즘은 이것이 뇌 과학의 발달로 재미있게 밝혀지고 있다. 사람이 모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입수하고 그것에 집중을 하면, 우리 두뇌는 밤에 잠을 자는 사이도 그 지식을 새롭게 정리하고 배열한다고 한다. 뇌에 있는 해마가 정보를 선별 재배열하면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생각까지 떠오르게 한다. 실재 아빠도 수면 중에도 사고의 진전이 일어나고, 아침에 자고 나면 정리되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사람들이 동창회에 가서 놀라운 일들을 발견한다. 학교 다닐 때 두각을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지극히 평범했던 친구들 중에 세월이 흐른 뒤에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는 비위와 자존심이 상하는 친구들까지 있다. 소위 학교 다닐 때에 잘 나가던 친구들이기 쉽다. 그들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아~ 뭐지? 재 학교 다닐 때에 찌찔 했잖아!” 이 친구들은 모르는 것이 있다. 저 친구가 학교 졸업 후에 자기들이 보지 못한 시간들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냈는지를...


아무리 타고난 머리와 재능이 좋아도 집중하지 않으면 결실이 없다. 예로부터 “재주가 12가지이면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은, 타고난 자신의 재능과 재주를 믿고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깐 반짝이는 것 같다가 결국에는 그 세계에서 도태와 낙오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에 박지성과 같은 또래 축구선수들 중에 한 떼는 박지성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은 비교대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과 박지성과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은 집중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의 젊은 날은 참으로 암담했었다. 광산촌의 가난한 집에 장남으로 태어나 대학 진학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지하 갱도의 광부가 되었다. 나는 막장 같은 암담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20대를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 뒤늦은 학업을 위해 하루 18~19시간씩 공부를 하는 무서운 집중을 하였다. 나는 지금도 노력의 임계점에 이르도록 집중하던, 나의 20대 세월들의 그 아릿한 느낌과 기분을 기억하고 있다. 나의 20대의 몰입이 30대의 갈 길을 새롭게 열어 주었다.


만약 20대를 집중하지 않고 보냈다면, 30대에 들어서면 설 자리가 한참 좁아졌음을 뒤늦게 직감하게 된다. 30대 불안은 40대와 노후까지 연결되기 쉽다.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인생은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더하기 인생, 곱하기 인생, 빼기(마이너스) 인생도 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열심히 집중한 날들이 또 다른 기회의 고리가 되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가 되었다. 아빠의 삶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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