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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Apr 20. 2020

3.맹부 칠천 지교 - 새로운 도전에 대가 지불

한 밤 중에 이삿짐 나르기  

“아빠! 이제 힘들어요! 우리 이삿짐 나른다고 팔다리가 다 아파요!”

아이들이 김해서 밀양으로 욌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이 있다. 주거공간 문제, 산골에 교통문제 등의 문제로 밀양 시내에서도 딸들을 위해 작은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이삿짐은 우리 스스로 옮기곤 했다. 이삿짐을 옮기던 딸들이 엄살 아닌 가벼운 불평을 한다. 하기야 매일매일 틈만 나면 밤낮 이삿짐을 날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옮겨야 할 이삿짐이 더 남아 있다.



한 밤중에 이삿짐 나르기

우리 가족은 벌써 며칠째 보따리를 싸며, 이삿짐들을 옮기는 중이다. 낮에도 짐을 싸서 옮기기도 하지만 밤에도 짐을 많이 나른다. 밤이 되면 가족이 다 함께 모여야 큰 짐들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새벽 2시가 넘도록 짐을 날랐다. 짐 나르는 소리에 이웃집이 잠에서 깨어날까 짐을 들고 계단에서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야만 하기도 했다. ‘이거 참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우습기도 했다.


이렇게 일주일 넘게 하고 있다. 사실 아빠인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 그렇다고 아빠가 돼가지고 내색할 수도 없다. 아빠가 힘들어 보이면 아이들은 더 힘들어 할 수 있다.  피곤하다고 안 해도 되는 일도 아니고 도리어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사를 이렇게 일주일째 하고 있으니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집안 환경도 정신이 산만해진다. 빨리 끝을 내야 정상적인 생활이 될 것 같아 더더욱 일을 재촉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되돌아보니 천권의 훨씬 넘는 책들과 함께 어떻게 옮겨 다녔는지… 그래도 젊었을 때에는 잘도 옮겨 다닌 것 같다. 50대 중반이 된 이제는 솔직히 이사하면 내심 겁부터 난다. 


그래서 포장이사 운운하였지만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이다. 현실은 역시 몸으로 때우는 것이 우리 형편과 상황에 적절하다. 그리고 금번 이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기에 자가용 승합차에 꽉꽉 채워 옮기는 중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가 지불

‘아! 사람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이사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자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김해를 떠나 밀양으로 이사 오는 것이 비로소 이제야 한 끝이 나는구나! 우리가 12년 동안 살던 김해를 떠나는 데는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가 지불이라고 할 수도 있다. 50살에 사표를 내고, 김해를 처음 떠나 아이들 셋은 13평짜리 좁은 아파트로, 우리 부부는 산골 어머니 집에 더부살이로, 시작한 몇 번의 이사 끝에 금번에는 아이들이 편리하게 집에서 편히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 다닐 수 있는 집에 세를 들어 이사를 가는 이사이다.


일곱 번째 이사, 맹부칠 천지교

  생각해보면 최근 3년 동안 이사를 몇 번 했는가? 손가락으로 세다가 안 돼서 종이에다 적어보니 7번째, 많이도 했다. 맹모삼천지교도 아니고 그럼 맹부칠 천지교 인가? 이번에 이사는 조금 다르다. 큰 딸까지 3명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전세 집을 얻었다. 이제 비로소 우리 다섯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졌다는 안도감을 주는 이사였다.


화장실 있는 방은 큰 딸 한 칸, 안방은 둘째 셋째가 차지했다.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을 하는 아이들에게 학습공간이 중요해서 당연히 양보했다. 우리 부부는 작은방에 살아도 이전을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우리 부부는 산골마을에도 작은 거처도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홈 스클 하는 두 딸들이 보다 안전하고 조금은 편리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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