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매화꽃 터트리며 산언덕 진달래 붉게 피우며 찾아온 지가 언제인데, 봄은 아직도 안 가고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 내 평생에 이토록 긴 봄은 처음 보았다
복수초
코로나 19가 바꾸어 놓은 나의 일상
도시에서 살 때는 계절이 오가는 줄도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다. 시골로 귀촌해 와서야 계절이 오고 감을 맛보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 삶도 봄인가 싶더니 뻐꾸기 울음소리와 함께 후다닥 가버리고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오곤 하는 것만을 느끼며 살았었다.
금년의 봄은 밭과 들판에 풀들이나 나무들에 새순도 아주 천천히 조금씩 피어난다. 묵은 낙엽 사이로 조용히 비집고 살며시 피어난 복수초, 땅에 바짝 붙어 자주 피고 지며 홀씨를 휘날리는 노란 민들레, 언제 슬며시 올라와 돌 틈에 청초하게 피워있는 제비꽃, 이름도 모르는 작은 꽃들... 나는 실로 금년에 봄을 가장 흠뻑 맛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나의 일상까지 바뀌어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일의 초목들의 변화, 생명의 순리, 자연의 섭리를 느끼며 조용한 음미, 내가 꿈꾸며 귀촌을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귀촌의 삶도 차츰 바빠져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상실하였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금 흡족히 맛보는 이상한 특혜(?)와 같이 되어버렸다.
노란 민들레
사회적 거리두기의 어려움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해하는 사람도 많고, 자가 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이 격리 수칙을 어기고 몰래 탈주를 시도했다가 법적인 문제까지 발생했다는 보도들이 있다. 불안을 느낀 국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어렵게 끄고 있는 감염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 날까 하는 위기의식에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침내 정부는 자가 격리 위반자에게는 전자 팔지를 끼운다는 조치까지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팔찌는 강력한 감시와 통제, 인권침해와 민주주의가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80% 라는의 압도적 찬성에 힘입어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은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비상시국 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제비꽃
자유와 책임, 인간의 존엄성
코로나 19 세계사적 사태 이후 세계의 국가사회들의 미래에 대하여 염려가 있다. 금번과 같이 비상사태 같은 경험이 국가지도자들에게 강제 통제와 감시체제로 가는 정당성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등과 같은 나라들은 물론,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사회에서도 강제 통제의 위험을 경험했다. 이는 강제 통제의 안전성과 효율성에 명분을 주어 민주주의가 힘을 잃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된다.
국가의 강제와 감시의 명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시민의 자율성이다. 자율성은 자유의 가치 인식에서 나오는 고귀한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받는 국가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율통제는 인간다운 것이며, 타율 통제는 비인간화의 위험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 격리를 무시하는 이기적 태도는 결국 민주주의, 자유, 인간의 존엄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무는 동전의 양면처럼 접하여 있다. 인간의 자유와 책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에 대한 통찰은 인간의 존엄성과 결부된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