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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아빠의 전략에 말려든 건가?

셋째 찬미 / 검정고시 합격 이후 무력감에서

by 이강헌

“우리 딸! 지겨워 보이네!”


아빠가 나를 지켜보시다가 하신 말이다.

그때 난 의자에 삐딱하게 걸터앉고 한쪽 손으론 턱을 척 괸 채

시선은 컴퓨터 화면을 물끄러미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느 누가 보나 나의 표정과 제세에서 지루함이 묻어나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의 마음은 지루함이 가득으로 담겨 있었다.

컴퓨터를 해도... 예전처럼 재미가 없고, 텔레비전을 봐도... 별로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예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왜 이럴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들꽃전경(북서쪽).JPG


알 수 없는 내 마음

한 주 전만 해도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나름대로 힘들게 계획 있게 살았다.

내가 집에서 열공하고 있을 때, 하루는 아는 분이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찾아왔지만

내가 너무 열공을 하고 있어서 말을 못 붙였다고 한다.

난 나름 꽤나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그때에, 난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것을 느꼈다.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이 순식간에 슝~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한 주 한 주 지나갈수록 나의 시험시간은 다가왔고 부담과 압박도 조금씩 더해졌다.

그럴수록 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이 당시엔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다른 것에 흥미가 막 솟구쳐 올러왔다.

시험이 끝나면 이것도 해봐야지! 저것도 해봐야지!라고 했다.

시험을 마치기만 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치고 나니

그런 생각이 어디론가 휙 하고 사라져 버렸다.

지금 생각하니 지금처럼 이렇게 의욕상실과 무력감만 있는 것보다는

그렇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때가 좋은 것 같다. 그것이 컴퓨터와 텔레비전 일지라도…


내 마음이 왜 이런 걸까?

시험이라는 산도 하나 정복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질 않고 방전된 배터리 마냥 힘이 없다.

이런 마음에 대해 왜 이런 걸까?라고 생각하고 고민할수록 마음은 더 답답해져만 간다.

결국 아빠와 대화로 이어졌다.


"아빠! 나의 마음이 왜? 왜? 왜? 이런 걸까요?”

아빠의 대답은

“음… 먼저는 목표 달성 이후에 일시적으로 오는 공허함이나 허탈함 같은 것…

또 에너지(열정)를 많이 쏟은 이후에 오는 급격한 피로감 같은 것...

그리고 아직 새로운 목표점을 찾지 못한 과도기 상태,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


듣고 보니 나의 마음 상태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난 대입검정고시라는 산을 바라보며 달려왔다.

이제 그 산을 정복한 후 내려오는 중 그 산을 올라가는 동안의 피로도 있고…


그리고 다음에 올라가야 할 산과 최종 목표를 아직 정확히 잡지 못한 좀 멍한 상태이다.

멍하고 지루하고 맥 빠진다. 벗어나야 하는데 딱히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빠에게 또 물었던 것이다.


아빠 또 왈

“먼저 좋은 책들을 읽어봐도 좋겠고...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

아니면 여행을 또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또 지금의 마음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글로 한번 써 보는 것도 어떨까?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생각들을 풀어 정리하는 것이니까 꽤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내가 글을 쓴다고?' 나는 두려움이 생겼다.

아직 나의 마음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글로 쓰려니 막막했다.

하지만 결국 난 이렇게 힘들게 글을 쓰고 있다.

어쩐지 또 아빠의 꼬임과 전략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또 아빠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는 건가?


난 아직 확실한 답이 없고 좀 답답하다.

그러나 걱정만 하진 않는다. 지금은 이렇게 마음이 어렵지만

과도기이고 또 무언가를 해내고 시간이 흐르면 끝내는 나의 목적을 찾지 않을까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끙끙 거리며 적어 나가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난 아빠의 모습을 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지 않을까? 어렴풋이나마...


아빠는 좀 신기하다!

항상 꿈이 있고 그 꿈에 열정적으로 다가가며 살아가신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을 한다! 그것이 혹시 믿음!? 난 아직 믿음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어 진다.

아빠에게서 나오는 믿음과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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