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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홈스쿨러에게 찾아온 혼란

어느 날 찾아온 위기

by 이강헌

나는 어느 순간부터 20대가 되는 것이 은근히 두려워졌다.


난 10대 후반기를 홈스쿨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남들보다 자유롭게 보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내가 계획하여 여행을 떠나고,

내가 보는 것들을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남들과 공유하고,

느끼는 것을 적어 다른 사람들과 나름 소통도 했다. 나는 남들과 다른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이제 20대가 되면 더 이상

이러한 나의 자유는 남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3년간 나는 자유롭게 살면서도 내가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늘 한 발 앞에 있다는

여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대 문턱에 와서는 갑자기 모두 같은 지점에서 만나 버리는 것만 같았다.


요즘 고3 졸업반인 내 친구들의 대화의 주제는

"어느 대학에 들어가느냐?"라는 대학 진학에 관심이 쏠려 있다.

머지않아 모든 친구들이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 걸 것이다.

친구들은 대학의 자유로운 생활을 할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 나만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은 자유로움도

이제부터는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자유로운 시간만 보냈을 뿐 발전한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에게서 "나는 어떠 어떠한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라는 관한 소식들을 들으면서 내 마음에 서서히 비교하는 생각들이 찾아 들어왔다.

'나도 빨리 대학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함과 함께 마음에 혼란이 슬며시 찾아왔다.



“대학은 내가 필요하면 갈 거야!”

나는 평소에 항상 여유로운 말을 하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 내 주변에 가까운 친구들이 “어느 대학에 붙었다. 어디에 들어간다.”

라는 말들이 쌓여서 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떻게 하지? 나도 얼른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뭐든지 할 수 있고

뭘 해도 괜찮은 나이는 이제 다 지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여행을 하며 계속 많은 것을 배울 것이며, 세계가 나의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갑자기 나의 마음속에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세계여행은 무슨… 얼른 정신 차리고 현실세계로 돌아와!’라고 내 마음속에서 누군가 외치는 것만 같았다.



정말 나는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조급함과 함께 자꾸만 혼란스럽다.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갑자기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뒤처질 거라는 생각에 초조하고, 조급함만 더해져 왔다.


'나는 이제 뭐하지? 정말 이제는 뭘 해야 하지?'

등의 생각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동안은 아직 어리기에 자유롭게 살았지만 이제는 환상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는 생각과 '그러면 지난 3년의 시간은 뭘 하면서 보낸 것인가?'라는 회의도 자꾸만 비집고 들어왔다.


갑자기 나의 꿈과 미래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꿈이 연기처럼 사라졌는지? 정말 있기나 했는지?

나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며 살고 싶었고...

나의 인생이 의미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이제 보니 구체성도 없는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던 것 같았다.

나는 20대의 문턱에서 갑자기 깊은 혼란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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