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학교 수업이 마쳐가고 있을 무렵, 동네 주민인 학부모께서 둘째 딸의 폰으로 카톡이 와다. 들꽃학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다. 들꽃학교를 시작한 지가 햇수로 벌써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대입검정에 합격한 후에 지난 학기는 사회를 경험하고 직장 체험을 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교육에 대한 나의 고민
금번 학기는 들꽃학교 마지막 학기로 성경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들꽃학교 초기에는 영어수업에 큰 비중을 두었고, 다음으로는 독서 수업과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했다. 물론 성경공부도 함께 해 왔다. 하지만 늘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는 성경공부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좀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교회교육에도 고민이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교회들은 교육에 아쉬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사회와 정보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는데 비해 교회들은 교육방식은 물론 내용에 한계가 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고와 역사와 시대 상황을 바른 분별력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들꽃학교를 시작하기까지는 이런 고민이 있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실험에 불과하다. 학문과 신앙, 지성과 영성, 그리고 삶을 통합하는 전인적이고 교육을 추구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혼자 힘만으로는 한계점도 분명 느낀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서 바람직한 교육 방향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며 우리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고구마 밭에서 수업
마침내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들꽃학교 텃밭으로 나갔다. 사실 지금은 고구마 심는 철이 아니다. 고구마 순을 심는 시가가 벌써 지났다. 지금 심는 것은 고라니가 와서 순을 뜯어먹고, 가뭄에 말라죽은 순들이 있어 추가로 조금 심는 것이다. 고구마 순을 심을 준비는 학부모께서 모두 다해 놓았다.
“옳지! 그래 잘한다!” 학부모와 아이들과 학교 텃밭에서 고구마 모종을 열심히 심고 있는 소리가 교실까지 들려왔다. 나는 모처럼 수업이 없는 교사의 한가한 마음이 주어졌다. “얘들아! 고구마를 어른들끼리 다 심을 수도 있는데… 이것도 교육이 될 것 같아 같이 심자고 했다.” 고구마 순을 다 심고 나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나는 속으로 ‘아이들이 여전히 수업을 계속하고 있구나! 단지 과목이 바뀌었을 뿐이지...’
교육과 학부모
사실 나는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교사도, 학교도, 교육부 장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복잡한 난제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교육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는 학부모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학부모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면 교육은 이미 좋은 터전이 닦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들꽃학교는 학교로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있다. 교사의 숫자나 시간적으로 교육의 양과 질에 대한 숙제가 항상 있다. 하지만 크게 염려만 하지는 않는다. 들꽃학교는 홈 스클의 연장, 곧 학습공동체 개념으로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우리가 뜻이 같고 학생들에게 신뢰받는 자리를 서로 지켜주고 있다면 교육의 탄탄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고구마 순을 다 심었다. 옆에 열려 있는 고추, 오이, 호박, 가지를 땄다. 호박잎에다 토마토까지 땄다. 갓 따온 것들로 둘째 딸과 셋째 딸이 직접 따끈한 된장찌개를 끓였다. “아빠! 약을 안 치고도 이렇게 자라는 것들이 신기해요!” 라며 아이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내가 더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