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지요? 전 잘 지내고 있답니다.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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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에,

고양이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아주 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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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갈매기씨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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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비가 내렸어요.

떨어지는 빗줄기가 보일 정도로 선명한 비가 조용히요.


누군가는 이럴 때 따뜻한 차를 내려놓고

고양이처럼 등을 말고 누울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잔잔한 우산 아래서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튀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을 테지요.


비가 오는 날은, 어쩐지

바깥세상이 느려진 만큼

나 자신도 느려져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는 듯해요.


덕분에 늦잠을 잤어요.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한참을 지났는데

윙윙대는 모기 잡느라 밤잠을 설쳤어요.


여느 때처럼 바이브를 열고 '두둠칫'으로 청소를 시작했어요.

빙고, When We Disco, 마리아, 눈누난나, 클락션....

바이브가 내 취향을 파악했어요.


오늘 마음에 꽂힌 노래가 있어요.

다시 자우림이고, 그녀의 하하하쏭이에요.


“빛나는 그대 두 눈동자 속에

푸른 바다가 있네

파도의 노래를 듣게 친구여

마음이 부르는 그 노래…”


나는 왜 저런 가슴 설레는 글을 써내지 못할까, 한숨부터 나네요.

그래도 흥얼거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직은 가슴에 불꽃이 남은 그대여,라고 불러주는 이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산지 오래인 유선 청소기가 잘 돌아가고 있고

밥솥이 가끔 내솥을 넣어주세요라고 투덜거려도

제때 밥을 지어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요,

오늘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휴식은 저항이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 제대로 연습하는 법을 조금씩 읽기까지 했어요.

어떤 책은 흥미롭고 어떤 책은 싱겁고 어떤 책은 복잡하네요.

보세요, 전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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