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기를 좋아하세요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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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만 고집하며 안정을 꿈꿨다

그 순간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에 갇혔다


변화와 자유와 해방

나는 그것을 생각했지 살아내지 못했다


여기를 떠나는 것이 두려운가


왜 나는

이토록 단순한 가능성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한 자리에서만 해방을 상상하고 있었을까



“나는 우울한 신세 한탄이나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침을 알리는 수탉처럼 당당하고 활기차게 외치고 싶습니다.

잠든 이웃들의 영혼을 깨울 수만 있다면 말이죠.” -page 92(WALDEN)


그는 호숫가 숲에 집을 짓고

인생이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또 다른 이는

이사하기를 굉장히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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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사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짐을 챙겨 가지고 동네에서 동네로,

집에서 집으로 옮겨다니노라면,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적극적인 인간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활 습관

을 바꾸거나 사물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바꾸거나 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

하는 편이다. 마작하는 장소를 바꾸거나 술 먹고 2차 가는 것 등을 다 싫어

한다. 양복만 해도 15년전과 거의 같은 걸 입고 있다. 하지만 이사 가는 것

만은 좋아한다.

이사의 좋은 점은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이웃과의 교제,

인간관계, 그 밖의 온갖 일상생활에서의 자질구레한 일, 그러한 것이 전부

한 순간에 소멸해버리는 것이다. 이 쾌감은 한 번 맞보면 잊어버릴 수가

없다. 내 친구 중에는 마작에서 자기가 내놓은 패 덕분에 남이 점수를 딸

때마다 탁자를 발로 차서 엎어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기분상으로는 그것과

비슷하다. 야반도주야말로 이사의 기본적 원형이다.

나는 지금까지 굉장히 여러 번 이사를 하고, 여러 곳에 살았으며,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상종을 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모든 것을 '무'로 만들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3년~87년 글을 담았다. 원제 Collection of Essays.



책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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