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나방이 들어왔다. 펄럭이는 날개가 공포를 자아냈다. 버릴 파일을 고르고 골라, 돌돌 말아 벽을 쳤다. 그런데 자꾸 놓치는 것이었다. 신경질이 나, 나방과 나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안 그래도 지금 골아픈데, 왜 너까지 내 인생에 나타나 방해를 해?’
‘넌 뭐야. 저 나방이 뭐라고, 왜 자꾸 놓치는 거야?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왜 저딴걸 무서워하는 거야?‘
하지만 요즘, 내 인생 어느 때보다 자아의 분열이 극심했으므로 ‘또 다른 내’가 쪼르르 나타나 속삭인다.
‘저 나방이 인생이야. 저 나방 자체가 네 인생이야. 저 나방으로 방해받을 별도의 인생 따윈 없어.’
그래,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은 저 나방과 나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니 눈의 초점이 또렷해졌고,
“탁!”
정확히 후려맞은 나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체를 처리하는데 저 ‘또 다른 나’는 가지도 않고 중얼거린다.
‘나방이 앞으로의 네 인생을 재정렬했다. 네 인생은 나방을 잡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놈의 말을 듣느라 나방을 죽이는데 썼던 파일을 버리는 걸 잊었고, 그 가루 묻었을 파일이 지금 어느 문제집 사이에 껴있는데, 그것 또한 이젠 별 상관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