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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 Feb 06. 2024

"오늘도 OO이 보고 싶으면"

패러디와 디카시

패러디(parody)란?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브런치 북 <시 짓는 마음>을 연재 중입니다. 연재 글을 읽으신 분께는 친숙한 구성과 말투일 것 같습니다. 예시를 통해 "패러디란 무엇인가"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도 OO이 보고 싶으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완성해 보실까요?


문장을 완성했다면 시의 첫 행을 쓰신 겁니다.


첫 번째 작품 <오늘도 딸이 보고 싶으면>을 사진과 함께 감상하시죠.

<오늘도 딸이 보고 싶으면> by 강경 아버지

미국에 사는 딸, 강경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작품입니다. 아버지는 딸이 작년 여름에 문학 수업을 들었던 강경산 소금문학관에 방문했습니다. 딸이 앉았을 것 같은 자리에 앉아 딸을 생각했습니다. 시인병에 걸린 딸을 생각해서였을까요. 아버지는 시내림을 받은 듯 시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작품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오늘도 딸이 보고 싶으면

딸이 앉아있던

그 자리에 앉아

딸의 체온을 느껴본다


아버지는 카톡을 열고 시를 사진에 적어 딸에게 보냈습니다. 딸은 이 작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감동도 잠시. T 중에 상 T인 딸은 거기가 아니라 다른 강의실에서 수업받았다고 곧이곧대로 말합니다. 그리고 궁금해합니다. 아버지가 느낀 것은 누구의 체온이었을까.


걸어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땡볕이라고 매번 차로 태워다 주시고 데리러 오셨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에게는 딸이 또 있습니다. 작은딸은 가까이 살아 자주 만나서일까요. 아버지는 작은딸을 그리워하는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큰딸은 이것 좀 보라며 작은딸에게 아버지의 작품을 전송했습니다.


이걸 본 작은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 마음을 담은 작품 <오늘도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오늘도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by 강경 동생

작은딸은 아버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단시간에 이 시를 완성했습니다. 언니에게 시집을 조달하며 여러 시집을 들춰본 영향일까요. 시어가 세심하게 선택되고 배치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작품입니다. 고기 색깔과 맞춘 듯한 정육점 불빛 색의 글씨가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핏물기 쫙 빼고 다시 감상해 보시죠.


오늘도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아버지와 먹었던

그 고기를 찾아

그때의 공복을 느껴본다


고기를 좋아하는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공복에 고기를 먹은 것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효심을 어필함과 동시에 언니에게 아버지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저 생목살에 곧 소금이 뿌려질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공복이 아니어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오늘도 OO이 보고 싶으면"


여러분의 문장은 무엇인가요? 어떤 마음을 담으셨나요?


저는 문장을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오늘도 가족이 보고 싶으면

함께 구웠던

그 불판을 찾아

고기의 육즙을 느껴본다


가족과 함께 고기를 굽고 싶은 제 마음을 담았습니다. 미국산 소고기보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국내산 생목살이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기는 서로 나눠 먹는 것이니까요.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족이 없는 고향은 어떨까요. 그곳에 가족이 없어도 같은 마음일까요. 아마도 아닐 것 같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일 테니까요.

<오늘도 가족이 보고 싶으면> by 강경

오늘도 가족이 보고 싶으면

함께 거닐었던

그 강변 사진을 찾아

고향의 온기를 느껴본다


패러디, 참 쉽죠?




이제껏 발행한 글에는 본문에 사진을 넣지 않았습니다. 때에 따라 커버 이미지로 쓰거나 글을 마친 뒤에 배치했습니다. 되도록이면 글로 표현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이 보내 준 사진을 보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을 실감했고, 디카시 고유의 영역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디카시(Digital Camera )는 사진과 5행 이내의 문장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이렇게 재미 삼아 적어볼 수 있습니다. 디카시는 숏폼 콘텐츠(Short Form Contents)가 대세인 시대에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문예 장르로 남을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대상을 떠올리며 "오늘도 OO이 보고 싶으면"을 완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가 압니까? 열심히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인이 되어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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