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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 Apr 12. 2024

심장에 가까운 노래

여는 말

 노래는 아무것도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채 실려간다


 한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 2015.


 노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노래가 전부였다는 고백

 

 영원할 것 같던 누군가의 노래는 

 가슴을 베는 칼이 되고

 

 무뎌진 칼날은 다시

 아물지 않은 상처를 스친다

 

 짙은 흉터를 남겼네

 한 시절 구원이었던 그 노래가




<노래는 아무것도>는 박소란 시인의 첫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에 실린 시입니다. 시의 한 구절,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에서 시집의 제목을 따왔습니다. '심장에 가까운 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형태의 언어일 것입니다. 


새 연재 브런치 북 <심장에 가까운 노래>는 <노래는 아무것도>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습니다. 제 마음에 닿은 시와 노래를 모은 스크랩북 같은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시 한 편 또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하거나, 시와 노래를 같이 소개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연재 <시 짓는 마음>에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시를 읽을 기회가 되어 좋았다는 분이 있었고, 글이 길어서 읽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장에 가까운 노래>는 간결하고 여백이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시와 노래를 읊조리며 걷는 산책길, 함께 가실까요?


<심장에 가까운 노래>를 듣는 당신이 오래오래 행복하면 좋겠다.




<노래는 아무것도>와 어울리는 곡 하나 소개합니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입니다. 영어 노래 'Autumn Leaves'로 개작되어 많은 미국 가수가 불렀습니다. 가수 배호가 '고엽'으로 번안해 부르기도 했습니다. 언어마다 노랫말이 다 다릅니다. 공통적인 정서는 이별 후의 공허함과 쓸쓸함, 그리움입니다. 만국 공통어인 연주곡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클래식 기타 연주입니다.


Autumn Leaves - Yenn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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