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너에게 날씨를 묻는다
바람이 부는지 비가 내리는지
네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물고기가 살지 않는 곳이기를
네가 좋아하던 해바라기가 숲을 이루고
어둠은 그림자도 없기를
맨발로 걸어도 차갑지 않게
따듯한 바람이 불기를
네가 보는 풍경
네가 듣는 소리
네가 숨 쉬는 공기의 온도
모든 것이 궁금하지만
꿈결에서라도 잠시 너를 만난다면 나는
그곳 날씨가 어떠냐고 묻겠지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날씨냐고 묻겠지
너의 뒷모습이 걸린 풍경이 흘러간다
아직 그곳에 없는 나는 내일도
오늘처럼 너에게 날씨를 묻는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눈앞에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겨우 일어선 아기가 웃고 있었다. 그 아기가 10살이 됐다. 10년이 흘렀어도 같은 나이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이 잃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늘에 편지를 쓴다. 단 한마디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날씨를 묻겠다. 마지막 기억처럼 춥고 어두운 곳이 아니라 따듯하고 밝은 곳에서 지내고 있기를 바라며. 소풍 간 그곳은 날씨가 어떠냐고, 10년 전에 하지 못한 질문을 이제라도 하듯이.
#세월호 참사 10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