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 <지켜줄게>
고가도로에 삐져나온 초록 잎
아마 이 도시에서 유일히
적응 못한 낭만일 거야
플라스틱 하나 없는
우린 들어갈 수 없는 곳
어기고 싶어 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투성이
자주 보러 올게
꼭은 아니지만
지켜보려 할게
시키지 않았지만
또 놀러 올게
괜시리 눈물 나네
너를 보러
또 올게
따라오듯 하다 멈추는 고양이
아마 이 도시에서 유일히
자유로운 마음일 거야
처음 느낌 그대로 남은 너
요샌 자주 못 보지만
가장 때 묻지 않은 그런 감정은
우리만의 것
자주 보러 올게
꼭은 아니지만
지켜보려 할게
시키지 않았지만
또 놀러 올게
괜시리 눈물 나네
너를 보러
이건 내 혼잣말
네가 들어주기를
널 생각하면
눈물 멈출 수 없어
자주 보러 올게
꼭은 아니지만
지켜보려 할게
시키지 않았지만
또 놀러 올게
괜시리 눈물 나네
이젠 정말
잘 있어!
백예린, 앨범 <Our love is great>, 2019.
날 보러 와줘서 고마워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을게
너도 울지 말고 잘 지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또 놀러 와
기다릴게
꼭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 유튜브가 만들어 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다. 즐겨 듣는 노래들 사이에 가끔 모르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백예린(1997~ )의 <지켜줄게>를 처음 들었을 때, 매력있는 음색에 마음을 뺏겼다. 가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울까 고민했다. 그렇게 유튜브의 소개로 싱어송라이터 백예린에게 입문했고 내 플레이리스트는 그녀의 노래들로 채워졌다.
'낭만'과 '자유', '때 묻지 않은 마음'이 담긴 <지켜줄게>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다.
"'지켜줄게'는 백예린이 '세상에서 지켜주고 싶은 모든 것, 무언가를 지켜주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백예린은 가사에 가장 친한 친구, 나랑 아무 상관없이 지나가는 고양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시골에 있는 강아지들, 고가도로에 삐져나온 꽃, 푸른 잎사귀 등을 보고 느꼈던 마음들을 눌러 담아 '순수한 사랑'을 표현했다."
<Our love is great> 앨범 소개 글 중에서
자주 보러 오겠다는 말과 지켜보겠다는 말로 순수한 사랑을 표현했다. 고양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는 마음, 서서히 스며드는 순한 마음이다.
시의 제목을 지을 때 시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찾으려고 고심한다. 제목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본문에 사용되지 않은 단어를 선호한다. 나의 이런 제목 짓기 방식은 자작시 <얼룩말>과 <안부>에 나타나 있다.
백예린도 같은 방식으로 제목을 지은 듯하다. <지켜줄게>의 노랫말에는 '지켜줄게'가 없다. '지켜보려 할게'라는 표현이 있을 뿐이다. 영어 제목은 'See You Again'(다시 보자)이다. '지켜볼게'에 더 가깝지만, 'protect'(보호), 'take care of'(돌봄)의 뜻이 포함된 '지켜줄게'를 제목으로 써서 노랫말의 의미를 한 차원 더 끌어올렸다.
<지켜줄게>가 수록된 앨범의 타이틀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에서는 제목이 노랫말로 쓰였지만, 다수의 대중가요처럼 제목을 후렴구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누구인지, '잘못'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시의 제목으로 쓰여도 좋을 듯한 문장이다.
또 보자고 인사하고도 다시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서로에게 마지막 기억으로 남은 순간에 우리는 또 보자는 말로 쉼표를 찍었다. 지켜보지 못해 미안하다거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는 대신.
"어기고 싶어 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투성이"인 세상에서 잊지 않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낸 모든 이와 함께 듣고 싶은 쉼표 같은 노래.
<하늘에 쓰는 편지>에서 함께 안부를 물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