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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 Sep 21. 2023

휴식의 시간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

- 소크라테스


휴식의 시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때는 잠자는 시간이다. 깨어있는 동안 바쁘게 작동하던 감각을 정지시키고 숨 들이마시기와 내쉬기만 반복하는 단순한 활동. 잠은 단연코 최상의 휴식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동안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할까.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거나 누워있기보다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티브이나 라디오라도 켜게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은 불편하다. 죄책감마저 든다. 무념무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노력이 필요한 중노동이다. 오죽하면 멍때리기 대회가 있겠는가.


어쩌면 현대사회의 휴식이란 무소음 정지상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기며 하는 저강도 노동 활동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나의 휴식 시간이 세탁실에서 시작되어 옷 방에서 완성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렇다.


세탁실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를 꺼내 빨래통에 담는다. 빨래를 안방 옷 방으로 가져가 바닥에 쏟는다. 슬리퍼를 벗고 바닥에 양반다리로 철퍼덕 앉아 빨래를 개키기 시작한다. 옷 방 안의 공기가 차분하고 고요하다. 주변에 새로운 자극이 없어서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 호흡이 저절로 깊어진다. 주위의 평온한 기운이 내게 전해져 충전되는 느낌이다. 빨래 개는 일이 도를 닦는 것처럼 경건한 의식 같다. 빨래 더미의 부피가 점점 작아지고 착착 갠 옷가지가 차곡차곡 쌓이면 나의 마음도 반듯해지고 단정해진다.


신분 세탁에 성공한 빨래를 주인의 자리로 옮겨놓는다. 혹시 뭐 빠뜨린 게 있는지 둘러보며 옷 방을 떠나지 않을 이유를 찾아본다. 편안한 공간이지만 할 일 없이 마냥 앉아있기에는 어색하다. 더 할 일이 없으면 다시 슬리퍼를 신고 아쉽게 옷 방 문을 연다. 그곳을 나서면 나 혼자만의 달콤한 휴식 시간은 끝난다. 현관문을 열고 집 밖에 나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듯 나는 옷 방에서 나와 아내와 엄마의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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