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기_10
“석 달에 한 번 그만두고 싶었다.”라는 연수원 교수님의 말이 나에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어느덧 그 시간들이 쌓여 3년 차, 며칠 뒤에는 4년 차를 맞게 된다. 아직도 함께 근무하는 하늘 같은 선배들에 비하면 고작 3년 근무한 햇병아리고 아직 많이 어설픈 직원이다.
그래도 3년 가까이 쌓아 왔던 회사 생활을 돌아볼 여유는 생겼다. 이와 동시에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설레고 걱정됐던 마음이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3년간의 기억을 되짚어 사회생활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던 노하우들을 정리하면서 ‘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기’ 시리즈를 갈무리한다.
1. 하기 싫은 일은 내가 먼저 하기
사무실에는 각종 허드렛일들이 많다. A4 용지 채우기, 문서 파쇄하고 파쇄함 비우기, 손님 혹은 상사 커피 타기, 정수기 물통 갈기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귀찮고, 나 아닌 누군가가 할 거 같고, ‘요즘 시대에?’라는 생각이 드는 구시대적인 지시인 것 같고, 힘에 부치기도 하는 일들이다. 이러한 허드렛일은 누구에게나 하기 싫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막내의 몫이 된다.
이러한 허드렛일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해보자. 본의 아니게 센스 있는 직원, 사랑받는 직원이 될 수도 있다. ‘허드렛일을 하려고 힘든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한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칠 땐 ‘어차피 아직 일도 모르는데 돈 받고 이런 일이라도 하는 데 감사하자.’고 생각하자. 왠지 상사가 조만간 뭔가를 시킬 것 같으면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좋다. 어렸을 때 이제 막 숙제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숙제 안 하니?”라는 말을 들으면 숙제할 맛이 싹 사라지지 않나. “커피 한 잔만 타 줄래?”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팀장님 커피 드실래요? 팀장님은 달달한 커피 좋아하시죠?”라고 물어보자. 어차피 커피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시를 받고 타는 것보다는 센스 있다고 칭찬 한 마디 듣고 타는 게 더 낫다.
2. 칭찬은 아낌없이 하기
“팀장님! 10년은 젊어 보이시네요!”(염색하신 팀장님에게), “와~ 팀장님 오늘 어디 좋은 데 가세요?”(의상이 남다른 팀장님에게) 낯간지러워 입 밖에 내지 못했던 표현들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이런 칭찬 표현들이 나의 트레이드마크, 가장 자신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됐다. 칭찬은 관심 표현이다. 관심이 있어야 칭찬도 가능하다. 칭찬을 해주는 직원,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직원, 웃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센스를 가진 직원을 미워할 수 있을까.
3.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
‘신입사원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제목의 공감백배였던 사진이 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라는 말만 믿고 물어봤더니 “저번에 물어봤는데 아직도 모르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안 물어봤더니 “왜 안 물어보고 네 마음대로 하니?”란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모르는 것 물어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한다. 단, “저번에 물어보지 않았니?”라는 말은 듣지 말도록 하자. 한 번 물어본 것은 반드시 이해를 하고 잊지 않도록 적어두되, 확신이 없다면 “저번에 알려주신 것과 업무 규정을 보고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라고 물어보자. 업무 규정까지 뒤졌다는데 욕할 선배는 없다.
4.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주말 반납하기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는 게 속 편하다.”는 것 중의 하나가 업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업무 시간은 말 그대로 업무를 하는 시간이지 업무의 a, b, c, d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업무의 a, b, c, d는 퇴근 후, 주말을 반납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 역시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 받고 공부한다.’고 생각하자.
5. 취미 생활 가지기
직장 생활을 앞둔 혹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꼭 강조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취미 생활이다. 취미 생활이 없으면 직장 생활을 오래 해나가기 어렵다. 직장은 하루 24시간 중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경직된 곳이고, 좁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곳이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협업을 해야 하는 곳이다. 답답한 회사 일을 잊고 오직 ‘나’에게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이 취미 생활이다. 취미 생활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있고, 나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해 제2의 인생을 꿈꿀 수도 있다.
입사한 지 2~3개월쯤 됐을 무렵, 인생 선배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어떤 일인지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하더라도 무슨 일인지 알고 해라.” 일을 하면서 꼭 새기고 있는 말이다. 내년이면 입사 4년 차를 맞게 된다. 대학으로 따지면 4학년 졸업반이다. 그런데 어째 졸업 논문을 써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배웠고 어떤 걸 주제로 써야 할지 몰라 의문투성이었던 대학 4학년 때와 같은 기분이다. 한 해 한 해 달라졌으면, 나아졌으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