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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ya Jun 09. 2019

실수는 빨리 인정하자(부제: 사과의 중요성)

사회 초년생 탈출하기_2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 경기.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고 실격되고 말았다. 경기 규정 상 타원의 중심에 가까운 안쪽 코스와 바깥쪽 코스를 번갈아가며 타야 하는데, 안쪽 코스를 두 번 연속으로 타면서 결과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짧은 거리를 달려 결승선에 들어온 것이다. 경기 후 제라드 켐커스 코치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크라머 또한 그런 코치를 용서하며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실수’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마치 내 일처럼 아찔하게 느껴지는 사례 중 하나다. 내가 만약 코치라면? 내가 만약 선수라면? 그것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서라면?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의 대처다.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와 관련해서는 기업체 및 유명인들의 ‘위기관리’ 사례들을 한 번쯤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검증된 이론들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이것이 조금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CS(고객만족) 불만 고객 응대 방법을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 사과, 공감, 경청, 해결이라는 일련의 단계를 알고 나면 은근히 써먹을 데가 많다.


  가장 좋은 위기관리 사례로 배우 김혜수의 석사 논문 표절 사건이 손꼽힌다. 2013년 3월 배우 김혜수는 자신의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 석사 논문이 표절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소속사를 통해 사과했고, 며칠 뒤 있었던 드라마 제작발표회 시작 전 홀로 무대에 나와 직접 사과했다. 당시 유명인들의 논문 표절 사건이 연달아 터졌을 때였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KBS에서 방영될 예정이던 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인공으로 촬영에 한창일 때였다. 그녀의 깔끔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에 직면했을 것이고, 연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사과문은 꼭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관련 기사)


  불행히도 좋지 않은 위기관리 사례는 너무나 많다. 대학 시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렇게 검증된 이론과 사례들이 많은데 왜 다들 위기관리에 실패할까?’라는 의문이 많았다. 위기관리 및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함도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수를 재빨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실수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 실수 앞에 얄팍해지고 옹졸해지는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물론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나름의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입사했건만 나의 신규직원 시절 위기관리 점수는 빵점이었다. 나는 실수를 하면 “이런 규정이 있는 줄 몰랐어요.”, “메모해뒀는데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그만 깜빡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정말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실수를 인정하는 말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인내심이 강했던 착한 선배는 꾹꾹 참다가 인사이동으로 헤어질 무렵 “너는 죄송하다는 말을 바로 안 하더라.”는 조언을 해줬다. 정말 부끄러웠다.


  실수를 했을 때 딱 한 가지만 기억하자. 재빨리 “죄송하다.”라고 말해야 한다. “죄송하다.”는 실수를 인정하는 말, 사과의 말을 절대로 아껴선 안 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다 했다. 실수를 한 이유, 실수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공감, 실수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그 뒤에 말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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