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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ya Oct 30. 2019

원인 모를 피부 트러블

어쩌다 보니 '건강하게 살기'_1

  시작은 올해 3~4월쯤부터였다. 8월부터 증상이 심해져 피부과 두 군데를 여러 차례 찾았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며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혈액검사도 진행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특히 9월, 10월의 피부 상태는 언제 어디서 트러블이 일어날지 모르는 오리무중 상태였다. 얼굴, 귀, 목 쪽에 주로 나타난 트러블이 팔, 다리 쪽으로 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피부가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는 것, 트러블이 일어난 곳에 연고를 바르는 것뿐이었다.


  이때쯤부터 피부 트러블의 원인을 어떻게든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피부과 약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는 조금만 검색해도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이 처방해준 약의 강도는 매우 약한 편이었고, 나 역시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약을 사용하긴 했지만 걱정을 떨치긴 힘들었다. 게다가 피부 트러블이 장기화되고 광범위해지면서 나 스스로 지치기 시작했다.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 불쑥 솟아오른 트러블을 가라앉히기에 바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지루한 싸움을 멈추려면 반드시 원인을 알아야 했다.


  피부 트러블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다. 꽤 거금을 들여 천연 샴푸, 천연 바디클렌저를 구입했고, 샤워기는 녹물과 염소를 제거하는 필터가 달린 제품으로 바꿨으며, 침구 청소기를 구입해 이부자리를 청소했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2~3회 홍삼농축액을 섭취했으며, 장내에 유익한 균을 심어주기 위해 유산균이 가득한 요플레를 매일 먹었고, 피부에 좋다는 달맞이꽃 오일을 구입해 트러블이 난 곳에 발랐다.


  이러한 시도들 중 효과를 봤던 건 달맞이꽃 오일 정도다. 특히 홍삼의 경우 섭취를 결정할 때부터 피부에 좋다는 의견과 나쁘다는 의견이 나뉘었는데 나의 경우 홍삼은 맞지 않았다. 천연 샴푸와 바디클렌저도 ‘천연’이라는 이름 뒤에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중단했다. 그 외 다른 방법들은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중단했다.


  아직 피부가 완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부 트러블로 인해 본의 아니게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됐다. 밀가루를 끊었고, 커피를 99% 줄였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게 됐고, 이왕이면 채소를 조금 더 집어 먹게 됐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습관도 끊었고, 술도 끊었다.


  그 대신 유통기한을 넘기기 일쑤였던 멀티 비타민을 매일 챙겨 먹게 됐다. 운동량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요가와 필라테스에 대한 기억을 살려 몸을 움직이고, 주말에는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밥을 먹은 뒤 습관처럼 커피와 과자를 먹었고, 거의 매 주말마다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 혹은 케이크를 먹었으며, 외식을 하게 되면 늘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었다. 그런 식습관이 사라지니 본의 아니게 살도 빠지게 됐다. 마른 체구를 원했던 건 아니어서 살이 빠지니 괜히 섭섭한(?) 마음도 든다.


  아직도 피부 트러블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모르는 상태다. 알레르기, 두드러기,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가리키는 이름들 중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피부과 전문의 두 분의 진단, 그리고 한의원 선생님의 진단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원인과 진단이 어찌 됐든 나를 괴롭혔던, 지금도 괴롭히고 있는 피부 트러블 덕분에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한 기록도 남기고, 정보도 공유할 겸 몇 차례에 걸쳐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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