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건강하게 살기'_2
피부 트러블은 귀 뒤쪽과 목, 얼굴 중에서도 관자놀이 부근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세안 제품, 샴푸에 대한 의심이 시작됐다. 우선 화장품의 경우 기초부터 색조 제품까지 장기간 사용해왔기 때문에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세안 제품도 몇 년째 문제없이 쓰고 있었다.
딱 하나 걸리는 게 샴푸였다. 피부 트러블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 피부는 꽤 예민한 편이었다. 그래서 화장품과 세안 제품은 검증에 검증을 거쳐 한 가지 제품으로 정착한 상태였다. 하지만 샴푸는 가리지 않고 썼기 때문이다.
곧바로 천연 샴푸를 검색해 구매했다. 겸사겸사 바디클렌저도 민감성 피부에 좋다는 제품으로 구입했다. 바디클렌저 역시 크게 따지지 않고 아무거나 썼었는데, 마침 기존에 쓰고 있던 바디클렌저 제품에는 스크럽 알갱이가 들어 있어 피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았다. 마트에서 할인 딱지가 붙은 제품만 쓰다가 고급 호텔 욕실에서 사용된다는 제품으로 바꾸다 보니 가격이 몇 배로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거금을 들인 샴푸를 쓴 지 한 달쯤 지났을까. 머리 밑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다가 일어나 머리를 감을 정도로 간지러움이 극에 달했다. 피부 트러블을 낫게 하려고 샴푸를 바꾼 것이었는데 없던 트러블까지 생긴 것이다. 결국 샴푸와 린스의 성분을 검색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들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천연’이라는 단어, 유명 호텔의 어메니티(amenity, 호텔에 비치된 욕실 용품 등을 가리킴)로 사용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입했었는데 그래 봤자 샴푸는 얼마든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 덩어리였던 것이다.
그 길로 곧장 천연 비누를 검색해 구입했다.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알칼리성이 되므로 산성 물질로 헹궈야 부드러워진다기에 구연산도 함께 구입했다. 샴푸를 구입할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어떤 성분이 사용됐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화제가 됐던 ‘노푸(No Poo,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 머리를 감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금 찾아보게 됐는데 출근을 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시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사실 머리를 비누로 감는다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샤워는 비누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머리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누로 머리 감는 법, 비누로 머리 감은 후기 등을 검색해보며 제품이 배송되기를 기다렸었다.
한 달 가까이 샴푸 대신 비누, 린스 대신 구연산을 쓴 결과 나는 어느새 천연 비누, 특히 구연산 전도사가 됐다.
천연 비누와 구연산의 장점은 샴푸와 린스에 비해 덜 헹궈도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꼼꼼하게 헹군다고 해도 출근 시간에 쫓기거나 손길이 덜 가다 보면 샴푸와 린스에 있는 화학물질이 피부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천연 비누는 샴푸에 비해 금방 씻겨 내려가고, 구연산은 거품이 나는 게 아니라 물에 녹아 있기 때문에 굳이 씻어낼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린스 대신 구연산으로 머리 헹구기’는 꼭 한 번 해보길 바란다. 대야에 물을 붓고 구연산을 풀면서도 ‘이거 가지고 머리가 부드러워지겠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구연산이 녹은 물에 머리카락을 담근 순간 ‘이렇게나 부드러워질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펌을 한 사람들의 경우 컬이 살아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구연산을 물에 풀어 머리를 헹군다는 게 전에 없던 일이라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 효과와 헹굼의 편리함을 봤을 때는 정말 해볼 만하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던 샴푸와 린스 대신 천연 비누와 구연산을 쓰니 머리 밑 간지러움은 곧장 사라졌다. 기존에 있었던 피부 트러블과의 상관관계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피부가 편안한 느낌은 있다. 머리는 저녁에 감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물질 없이 깨끗하게 잠들기 위함인데, 머리카락이 뽀송해서 그런지 피부 자극도 덜한 것 같고, 덕분에 아침에 “5분 더!”, “10분 더!”를 외치며 이불속에 조금 더 누워있을 수 있게 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