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ya Nov 06. 2019

긁기보다는 보습

어쩌다 보니 '건강하게 살기'_4

  어렸을 때, 아주아주 먼 옛날(?), 샤워를 마치고 나면 엄마는 나의 몸에 베이비오일을 듬뿍 발라주셨다. ‘베이비’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무렵부터는 자연스럽게 베이비오일을 사용하지 않았고, 극히 건조한 날에만 바디로션을 발랐을 뿐, 샤워 후 보습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보습의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부가 뒤집어진 이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라는, 드라마 『하얀거탑』 속에 나오기도 했던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내 피부는 결코 보습 따위는 필요 없는 피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피부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면 의사 선생님은 꼭 이렇게 말한다. “연고는 꼭 보습제를 바른 뒤 바르세요.”라고 말이다.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아토피’를 검색해보면 ‘건조함’과 직결된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 피부는 별로 안 건조한데. 아무래도 아토피가 아닌 거 같아!’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꼬박꼬박 보습을 한 뒤 연고를 바르긴 했지만.


  10월 중순쯤 피부 트러블이 팔과 다리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그야말로 ‘멘붕’이 왔을 때, 비로소 나는 보습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 광범위한 부위에 의사 선생님의 지시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 용기는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당장 병원에 달려갈 상황도 되지 못했다. 2차 감염을 피하려면 간지럽다고 마구 긁을 수도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보습 크림을 바른 뒤 피부 자극이 덜한 긴소매, 긴 바지를 입고 간지러움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가려움이 극에 달할 땐 얼음 마사지도 큰 도움이 되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시원한 바닥이나 벽에 간지러운 부분을 갖다 대며 참았다.


  편차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렇게 1~3시간이 지나고 나면 놀랍게도 간지러움과 트러블이 가라앉았다! 언제 트러블이 낫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사라진 것까지는 아니지만 보습제만 발랐을 뿐인데 차도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때쯤부터 보습이 정말 중요하고, 내 피부는 꽤나 건조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나의 피부 상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였다. 잠을 자며 간지러운 부위를 무의식적으로 긁던 중 ‘긁지 말아야 한다.’는 이성을 되찾아 눈을 떠 시계를 보면 겨우 1시간이 지나있었다. 머리맡에 둔 보습제를 바르고 간지러움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억지로 잠을 청하길 매일 밤 반복했었다. 잠을 자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간지러움을 느낄 때마다 피부를 보면 어김없이 트러블이 올라왔고, 거의 1~2시간 간격마다 보습제를 발라야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감사하게도 통잠을 자고 있다. 가히 오랜만의 통잠이다. 생애 최초로 해외 직구까지 해가며 보습에 좋다는 연고와 로션을 여전히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고, 외출 시에도 챙겨 다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10월 중순의 그때처럼 자주 사용하지는 않아도 된다. 단, 물이 닿고 나면 꼭 곧바로 보습제를 발라주는 걸 잊지 않는다.


  긁기보다는 피부 보습 챙기기! 물론 긁는 일이 생기기 전 미리미리 피부 보습에 신경을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ps. 글을 쓰며 특정 제품을 콕 집어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건조한 피부, 이로 인한 트러블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효과를 본 제품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 또한 이 제품, 저 제품 검색해가며 효과를 봤다는 제품이 무엇인지 찾아봤었고 실제로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품의 효과는 얼마든지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직 딱 맞는 제품을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이벤 메드 센서티브 바디로션(YVEN MED SENSITIVE BODY LOTION). 10%의 우레아(Urea) 성분이 들어 있다. 기존에 쓰던 바디로션은 왠지 수분이 금방 날라 가는 것 같아 집에 또 다른 바디로션이 없는지 찾아보다가 이 제품을 발견하게 됐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할 때 구입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피부 트러블은 각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하고 모공을 막아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10%의 우레아가 내 피부에 보습과 각질 제거 효과를 함께 가져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우레아 성분이 10%를 초과해 고농도로 함유된 제품들은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용도로 약국에서 판매된다고 한다. 약국에서 취급한다는 것은 고농도 우레아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2. 리놀라 페트(Linola Fett) 크림. 독일에서 스테로이드 대신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이 제품을 통해 효과를 봤다는 후기들이 꽤 많았다. 결국 생애 처음으로 해외 직구를 결심했고, 개인통관 고유부호도 만들었다. 제형은 퍽퍽하다. 간지러워서 자꾸 손이 가는 국소 부위에 바르고 있다. 이 제품을 바르고 나면 확실히 간지러웠던 부위에 손이 덜 간다는 걸 느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가루 끊기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