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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Mar 12. 2024

34) 사모스 - 사리아(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17.화


알베르게에는 총 4명만 있었다. 우리 객실에는 나와 si언니 그리고 여자 외국인 한 분. 다른 객실에는 남자 외국인 한 분. 이렇게 소수로 있던 알베르게도 처음이다. 


si언니와 길을 나섰다. 오늘 걸을 길은 길이가 짧아서 여유있게 나왔음에도, 이제 해가 짧아져서 캄캄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강.풍. 바람이 어마어마 했다. 찬 바람은 아니었는데, 온풍이 어마어마하게 쎄게 불었다. 배낭을 맨 두 사람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게다가 사모스에서 출발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길에는 언니와 나 둘 뿐이었다. 둘이 서로, 너가 있어서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의지하며 걸었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헤매다가 원래 길을 찾아 들어가니, 어둠 속에서 초반에 우리 앞으로 걸어가던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는 길이 잘못 된 것 같다고 했다. 내 폰으로 까미노 어플을 보여주며 이 길 맞다고 하니 그제야 웃으며 너무 고맙다고 하고 앞서 갔다. 그러나 그 후로 해가 완전히 뜨기 전까지는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뒤를 보며 우리가 오는 지 확인했다. 해가 완전히 뜬 후부터는 본인 속도로 빠르게,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앞서 갔다. 


사모스 길은 강풍 그 자체였다. 길에는 지난 밤에 불어닥친 바람으로 부러진 나뭇가지 이파리 열매 등이 가득했고. 나뭇가지만 부러진 게 아니라 곳곳에 나무가 부러지거나 돌담이 무너진 곳도 있었다. 험난한 해뜨기 전 어두운 산길을 지나고 나니. 해가 뜨고 도네이션 바가 하나 보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그리고 한국 평택에서 공군으로 있었다는 미국인 아저씨를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눴다. 


다시 길을 나섰고 우리는 제발 바르를 만나 뭐라도 먹고 싶었으나. 바르는커녕 다시 앉아 쉴 벤치 하나 없는 길이 이어졌다. 이러다가 사리아 들어가서야 밥을 먹겠다고 하던 참이었다. 


사모스 길과 산실 길이 만나는 지점에는 바르가 있겠지 기대했으나 여기도 없었다. 우리는 그냥 누구네 목장 담장에 기대어 배낭을 풀었다. 앉지 못해도 배낭이라도 잠시 풀고 쉬고 싶었다. 그렇게 배낭을 막 풀렀을 때, mj가 짠 하고 등장했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고 깔깔 웃었다. 


그리고 바람을 헤쳐 사리아에 들어왔다. 사리아에서 두 사람은 에어비엔비를 같이 쓰고, 나는 알베르게를 예약했다. 내 알베르게 체크인 시간까지 두 사람이 함께 기다려주었다. 각자 짐 정리하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알베르게에 체크인하고 자리에서 짐를 막 풀려는데, 덩치가 산만한 어느 청년이 겁먹은 아이 같은 눈으로 밖에 비오냐고 말을 걸었다. 뭔가 하려는 말이 더 있는 것 같아서 말을 받아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청년은 막판에 몸에 무리가 와서 아픈 상태였다. 혼자 걷던 길에서 몸까지 아프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차분히 여러가지 얘기를 해주었다. 식사도 잘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보여서, 마음 같아서는 데리고 나가 뭐라도 먹이고 싶었지만. 그건 오버다 싶어서 적당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배낭도 내려놓지 못하고 얘기 들어줬으면 충분하지. 


두 사람이 지내는 에어비엔비로 갔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장 보러 나왔다. ks언니까지 넷이 함께 저녁을 먹을거라 생각해서 사인분으로 음식을 샀다. 고기, 빠에야, 문어, 와인, 샐러드 등등.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ks언니는 오지 못했다. 


그날은 mj 생일이었다. 음식을 다 준비하고 비록 라이터가 없어서 불은 못 붙였지만. 마음으로 켜진 생일상이었다. 


사인분의 식사 언제 다 먹나 했지만 우리는 싹싹 잘 먹었다. 오프너가 없어서 따지 못한 와인은 마침 내가 ks언니와 같은 알베르게 여서. 언니와 마시기로 하고 챙겨갔다. 


si언니와 미사를 드리고 알베르게로 갔다. 아까 그 청년은 숙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뭐라도 잘 챙겨 먹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빨래랑 정리하는 동안 두 언니는 대화를 나눴다. 와인을 따야 했을 때, 두 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청년도 같이 마셨다. 청년은 또 한 번 그간 막막했던 길에 대해 토로했다.


시간이 흘러 si언니는 돌아가고, ks언니도 자러 들어갔다. 나는 청년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주고. 이제 재정비해서 남은 길 잘 걸으라고 인사를 나눴다. 






거칠었던 바람의 잔해




걷다보니 사리아 도착



신이 난 생일상




https://maps.app.goo.gl/Rb9nbesCZuoCwLo27


https://maps.app.goo.gl/ePSJvqq3LkGp49W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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