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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Sep 22. 2024

푹 잤다.4

23년 9월 15일 생장 출발 론세스바예스 도착


  숙소에 들어가 배낭을 받고(이때 배낭을 찾아주는 봉사자가 나에게 배낭이 너무 크다고 했다.) 배정받은 자리로 갔다. 2층 침대 두 개가 마주 보는 구조였다. 나는 아래층이었고, 내 윗자리에는 동양인 남성이 있었고 맞은편 아래는 비었고 윗자리는 커튼이 쳐 있었다. 또 정신머리 없이 내 윗자리에 있는 동양인 남성에게 다짜고짜 한국말로 질문을 했다. 그는 조금 당황한 기세로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또 놀라서 암쏘리, 암쏘리 사과했다. 그때 맞은편 윗자리 커튼이 열리고 한 여성이 내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그녀가 바로 미음(앞으로 자주 등장하게 될 만난 이들의 이름은 한글 자음으로 표기한다.)였다. 순례길 첫날 만난 그녀 덕분에 나는 너무 좋은 인연을 지금까지도 만나고 잇고 있다.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는 식사도 같이 예약할 수 있었다. 나는 저녁과 다음날 점심 도시락까지 예약해 두었다. 우선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몹시 피곤해서 쓰러질 줄 알았건만, 씻고 나오니 말짱 쌩쌩한 기분이었다. 길 위에서 나는 씻고 나오면 마음이 말짱 쌩쌩해졌다. 알베르게 근처 여러 식당으로 구역이 정해져 있고 나는 내가 배정받은 식당으로 갔다. 줄을 서는데, 앞뒤로 한국인이 가득 섰다. 무슨 일이지? 나는 그 식당을 찾아가는 동안 말동무가 된 대만 아주머니와 같이 서 있었다. 뭐지, 싶은 줄이었지만 일단 기다렸다. 우리 입장 차례가 되고 대만 아주머니와 나는 2인 자리에 앉으려고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긴 테이블에 앉으라고 안내했다. 그런가 보다 하며 앉았는데, 역시 뭔가 이상했다. 알고 보니 순례길에 한국인 단체팀이 있었는데 종업원이 우리도 그들과 같은 팀인 줄 알았던 것이다. 자리에 다 앉고 나서야 파악했고, 대만 아주머니에게 종업원에게 얘기하고 자리를 옮길까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다. 종업원에게도 우리는 팀이 아니라고 전하고 따로 주문을 받았다. (별 차이는 없었지만)

  그런데 한 가지, 단체팀의 몇몇 분이 조금 뭐랄까...한국에서라도 무례한 행동들을 했다. 그들의 행동에 같은 단체팀의 다른 분들이 내게 미안한 눈치를 보냈고 덩달아 나는 대만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졌다. 짧은 영어 말하기 실력과 듣기 평가를 치르는 듯 귀를 쫑긋 세우며, 그녀와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나갔다. 다행히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아했고 나에게 순례길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이 단체팀은 결국 주비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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