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일 저녁 약속이다. 코로나의 시대이지만,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니까. 일만 하며 살 순 없다고 생각하며 정말 오랜만에 평일 저녁 약속을 잡았다. 해방촌에 있는 ‘순수박물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방역과 위생지침. 어디를 가든 열체크와 qr코드 인증이 기본 중에 기본이 되었다. 이곳은 관람객도 간격을 두고 관람할 수 있게 거리를 조정하여 입장시켰다. 어디까지나 서로를 위해 지켜줘야 할 것들이 있는 시대이니까.
순수박물관은 개인 소장품이 모인 박물관이다. 그림과 물건, 영상까지. 박물관이자 미술관이고 또 체험관이기도 하다. 어느 장면에서는 미술관이 되었다가 또 어느 장면에서는 개인의 추억상자가 되었다가. 코너마다 공간의 의미가 바뀌는 재미난 곳이었다. 이제 막 오픈한 곳이라 그런지 아직은 다듬어야 할 것이 더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어쨋든, 쩍쩍 갈라진 논바닥 마냥 매마른 정서적 갈증이 채워진 밤이었다. 각자 삶의 터에서 퇴근하고 만난 터라 우리는 관람만 하고도 벌써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해방촌에서 이태원역까지. 한산한 거리와 틈틈이 북적이는 음식점들을 구경삼아 걷고 걸었다. 서로의 안부와 지인의 소식들 그리고 코로나 걱정까지. 이제 짧아진 밤이지만, 밤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았다.
평일 저녁 사람을 만나는 일상, 전시를 보고 영화를 보는 일상, 염려되는 마음 없이 지인을 만나도 되는 일상.
이렇게 나의 시간에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