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숙면의 밤

by 혜리영


이제야 마음이 풀어졌다. 벌써 몇 달...불면의 밤을 안겨주던 마음이 풀어졌다. 새벽까지 잠을 설치던 밤이 끝난 것 마냥 밤 11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잠이 쏟아졌다. 잠깐 이부자리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드는 정말 손에 꼽을 숙면의 날이었다.


잠을 그리 설치는 편은 아니다. 비교적 어디든 머리만 닿으면 잘 잔다. 적당한 소음이 있어도, 적당한 빛이 있어도 자야겠다 생각하면 바로 잠에 드는 편이다. 그러니 나에게 불면이나 뜬눈의 밤은 낯선 것이었다. 스무 살을 막 넘겼을 때, 불면증으로 잠을 설치는 룸메이트 옆에서 나는 야속하게도 쿨쿨 잘만 잤다. 그러다 나에게도 잠이 잘 오지 않던 건 서른을 훌쩍 넘기면서 이다. 목디스크로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뻗뻗해지는

뒷목을 풀어주며 밤을 설쳤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나는 그냥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서도 아니고, 정신이 말똥말똥한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못 하겠고 또 하기 싫은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책을 보다가 잠이 와서 자려면 깨고. 폰게임을 하다가 잠이 와서 자려고 하면 깨고. 뭐만 하려고 하면 잠이 오고 그래서 자려고 하면 잠이 깨는 반복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문제겠지. 그러나 이제 소강상태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잘 자기 시작했고 편안히 잠만 오는 밤이 이어졌다. 마음에 묵힌 스트레스가 지나간 것이다. 이제는 숙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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