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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pr 20. 2017

로마에서의 기록, 일곱 번째.

로마의 기원지, '티베리나 섬'을 가다.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작은 부분들에 더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잊고 일상을 사는 것처럼, 그곳에 스며들어 현지 사람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사람 살아가는 소소한 풍경들에 항상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바티칸 방문 일정을 로마에 도착한 이튿날로 잡고, 다음 날은 폼페이 여행, 그다음 날은 콜로세움 방문으로 계획했던 것은 로마 유적지들을 먼저 보고 나서야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여행의 동선을 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것 먼저 하다 보면, 해야 할 것을 계속 미루어 가게 될 것 같았다.




바티칸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점심 식사를 했었야 했는데 레스토랑을 찾아가기보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싶어 했었다.

전날 장을 보았던 가게에서 먹던 것들을 조금 더 사고, 뇨끼와 샐러드를 만들어 점심을 먹자며 아쉬움 없이 우린 숙소로 돌아왔다.

욕심을 내어 과일과 미네랄워터를 사서 냉장고도 다시 채워 넣고, 바티칸에서 시간을 보내며 땀으로 얼룩진 몸을 씻어내고 나서야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던 우린, 스트라 치아 뗄라 요거트로 디저트까지 느긋하게 하고 나서야 다시 로마 산책을 나섰었다.



우리가 묶었던 Air bnb 숙소에서 시내로 나갈 때 마다,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앞엔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젤라트리아가 있었고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그곳의 아이스크림들을 기웃거리듯 구경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게 되면 Lepento 역에서 하차해 지하철을 이용하던가 다른 노선의 버스로 갈아타곤 했었다. 

그날 저녁에 우리는 테베레 강 하류에 있는 Isola Tiberina (티베리나 섬)을 찾아갔었는데 티베리나 섬 앞까지 데려다 줄 버스도 그곳에서 갈아탔었다. 

설명하다 보니 다리 부근과 티베리나 섬이 꽤 먼 거리처럼 느껴지는데 45분 정도면 도착을 했던 거 같다.




티베리나 섬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에서부터 매혹이 되었다.

왜 그리 이 풍경이 멋지게 느껴졌을까.

시간의 흔적을 안고 있는 커다란 건축 벽의 느낌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조화가 맘에 쏙 들어와 버리고

다급하게 찍은 사진의 결과는 예측했던 대로 흔들려 버렸지만 차마 버리지를 못하겠다. 

풍경을 보며 느끼던 그때의 내 두근거림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실려져 있어서.



버스에서 내린 그 자리에 고대로 서서 카메라 설정을 바꾸어 가며 몇 차례 더 사진을 찍었어도 

이미 어둑해져 버린 시간 대였어서 그때의 풍경을 또렷하게 담아낼 수는 없었고 

사진의 색감이 조금이라도 밝게 나오게 하려는 욕심을 부렸던 터라 죄다 흔들린 사진들만 담겨 있다.




티베리나 섬 앞의 이 장소는 로마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별다른 것 없었음에도 처음 본 순간의 설레임이 꽤 깊숙하다.

이런 느낌일 때면 삶 속에 어떠한 복선을 말해 주려는 건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 여전히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로마에서 궁금해했던 장소중 한 곳이 티베리나 섬과 트라스테베레(Trastevere)여서 였을까.

사진으로 담아온 그때의 장면들을 다시 보면 별다른 것 없는 풍경이다 싶은데도 그때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아주 흥미로워했다.

이 사진 역시 잘 담기길 바라고 욕심내듯 담은 컷인데 흔들렸다.

로마의 연인들, 빨간 오토바이와 알록달록한 헤멧을 함께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날, 티베리나 섬의 색깔을 채색하는데 이 연인들이 한몫하는구나 싶을 만큼 눈에 띄었었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건너와 티베리나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서서 이 풍경을 담았다.

로마의 색채를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 여기서부터 였던 것 같다.




로마의 거리거리들은 깨끗하지 않았지만 지니고 있는 것들이 워낙에 뛰어나 오래되고 낡아도 숙성된 멋스러움이 배어 있었는데 주변 정리는 하지 않아도 자기 꾸미는 일만큼은 소홀하지 않는 로마인들이라는 생각도 로마 시내를 걷다 보면 하게 된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잘 생겼다는 말엔 그리 동조도 부정도 하진 않지만 옷을 입고 신발을 착용하며 머리 모양이나 전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인 사람들이라는 건 쉽게 알겠더라.



로마시의 중심부라는 티베리나 섬은 파브리치오 다리 (Ponte Fabricio)와 체스티오 다리 (Ponte Cestio)가 연결을 해주고 있다.

이 다리들은 밀비오 다리들과 함께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할 수 있다는데 특히 파브리치오 다리는 로마  시대 최고의 다리이라고 했다.

그날 우리는 체스티오 다리를 지나 티베리나 섬을 둘러보고 파브리치오 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날은 파브리치오 다리 사진은 담질 못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티베리나 섬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이곳 특유의 분위기가 생겨나 활기 있고 로마에서도 멋스러운 지역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리스도교가 로마에 포교되기 이전의 고대 때에는 중죄인들과 전염병에 걸린 이들을 모아 놓은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로마 시민들에게 기피의 지역이기도 했다는 티베리나 섬이 새로운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그리스 신화 속,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봉헌된 신전이 세워지고 난 이후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여러 신전이 이곳에 세워졌었고 카톨릭에선 이곳에 있던 오벨리스크를 부수고 십자가에 달린 

기둥으로 대체했다는 자료를 보았었다. 

이곳에 있는 오벨리스크를 종교적인 이유로 부수었다면 피에트로 광장의 오벨리스는 왜 아직도 바티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건가요? 싶은 의문이 든다.

바티칸과 로마가 다른 국가인 것은 맞지만 카톨릭이라는 동일한 종교를 놓고 볼 때 피에트로 광장의 오벨리스크는 논란의 여지를 넘어 카톨릭의 모순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고 있는 전리품인 듯하다. 


998년에는 오토 3세가 Basilica de San Bartolomeo all'Isola (산 바르톨 메오 알리솔라 교회)를 세운 곳 

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지금으로선 티베리나 섬안의 신전들이나 바르톨메오 교회 앞을 지난 기억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리 아래에는 티베리나 섬과 체스티오 다리의 존재의 이유인 테베레 강이 흐르고 있다.

강물은 지금껏 봐왔던 여러 도시의 강들 중에서 오염도가 가장 짙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었고 

눈으로 보기에도 느껴질 만큼 수질 오염의 상태로 로마 정부에서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도 희한했다.

90년대 이전 한강의 기적이 일기 전의 수질이 테베레 강보다 심했을 텐데 그러고 보면 

한국의 저력은 뛰어난 거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들기도.

 




테베레 강은 강물 흐르는 소리가 참 크게 울렸다.

잔잔한 센 강을 보다 테베레 강을 보니 강물이 흐르는 소리만으로도 숲 속에 와있던 기분이었는데 

낮은 폭포처럼 강물이 한번 떨어지고 흐르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물 흐르는 소리가 그리 울려났던 것.

도시 소음이 적지 않은 로마일 것 같은데 그에 지지 않던 테베레 강.

폭이 좁고 작은 강이라 해도 캐릭터만큼은 확실한 듯하다.




테베레 강 주변에는 간이식 레스토랑들이 주욱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강물 위의 풍경을 묘한 분위기로 비춰 내고 있었다.



로마에서 유일한 섬, 이솔라 티베리나 (Isola Tiberina)는 로마의 기원 지라는데 테베레강 하구의 홍적층 대지가 오른쪽으로 쌓이고 알비노 화산군의 용암이 강 왼쪽 부근으로 밀려들며 좁아진 지점에서 형성된 섬이라고 이해를 했다. 

티베리나 섬에 대한 기원을 더 파고 들어갈 생각은 아직 없지만 섬을 형성한 주요 요소, 알바노 화산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는데 로마에서 24km 지점,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화산으로 디아나 신전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알바노 화산과 다시 연결이 되어 새롭게 시작되는 정보가 생겨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만 기억해 두기로.

큼직한 로마의 윤곽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니까.



체스티오 다리에 들어서며 맞은편에서 불빛 반짝이던 이곳이 무척 예쁘기에 카페인 줄 알았었다.

가까이서 보았더니 의외의 장소, 약국이었다.



여긴 체스티오 다리 끝에 자리한 카페인데 카페 옆엔 젤라또를 사 먹는 젤라트리아가 있었다. 

우린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젤라또를 주문했었는데 우리 앞과 뒤에서 주문을 하는 일행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프랑스인들이었다.

그와 내가 프랑스어로 어떤 아이스크림을 고를까 이야기하던걸 듣고 앞과 뒤에 있던 일행들 모두가 간접적으로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어 주었었는데, 반가웠다.

대체로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 만큼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아니란 걸 아는데 

로마에서 마주치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상하게 친절하고 오지랖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어느 나라를 가든 수도권 사람들은 담담할뿌, 그 외의 지역 사람들은 친절한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파리를 떠나 다른 지방을 여행할 때면,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로 모난 곳 없이 친절했었는데 그걸 잊고 있었네.

오지랖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티를 내지 않는 나로서는 로마에서 불쑥불쑥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프랑스인들이 반가웠는데 여행지에 오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들 또한 반가왔었나 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티베리나 섬으로 들어왔더니 여긴 또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밤은 깊숙해져 세상은 이미 까만색으로 물이 들어 버렸고 어둑해진 거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우린 이곳에서 한참 동안 발이 묶여 기웃거렸었다.



숙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왔고 이미 우리의 손에는 언덕처럼 솟아난 젤라또 하나씩 쥐어져 있었어도

그곳을 그냥 지나칠수 없을것 같은 분위기라 어떤 메뉴들이 있는지 눈으로 스캔을 해가고 있었다.

그래놓곤 티베리나 섬안으로 더 들어가 무언가 간단하게 먹을 만한 레스토랑을 찾아보자 했는데 

처음에 이미 마음이 꽂혀 버린 장소를 두고 다른 곳을 선택하는데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던 레스토랑으로 다시 돌아왔다.




로마에서 굳이 피자는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메뉴 리스트를 곰곰이 살펴보아도 피자나 파스타나 뇨끼와 리조또 외에는 이색적인 게 없었다. 

밤 시간ㅇ[ 먹을 만한 것은 그나마 피자가 나을듯해서 주문했는데 커다란 피자 한판에 6-7유로 정도라니 살짝 충격이었다.

뭐가 이리 저렴해.. 싶긴 했지만 그다지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각자 한판씩을 주문했었고 저걸 다 먹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로마에서 먹은 피자는 저때가 한 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곳에서 저녁을 마치고 우린 숙소로 돌아오기 위한 버스를 탔었고 특별하리만치 아름답던 Pont Saint'Angelo (생트 안젤로 다리)를 버스 안에서 보았었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테베레 강과 티베리나 섬을 둘러보는 일로 그날 저녁의 일정은 채웠고 있었으며

늦은 밤에 숙소로 돌아온 우린 폼페이로 향할 다음 날의 일정을 기대하며 새벽녘에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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