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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ug 16. 2018

이탈리아에서 채워 간 2018년의 여름.

일상과 같은 여행, 리오마조레에서의 기록.


참 오랜만이다, 이곳에 글을 남기고 사진을 저장해 놓으려는 시도가.

살짝 까탈스럽고 차별화로 운영해 가는 이 공간이 내게 부여한 '글 쓰는 이'로서의 자격을 거두어갈까 신경이 안 쓰였다고는 말할 수 없었고 임의적으로라도 내 이야기를 풀어놓아야 브런치 작가라는 명목을 지니고 있을 것 같아 잠시 다녀간다. 

   




7월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었다. 제노바를 시작점으로 친퀘테레를 거쳐 피사에서 스페인 발렌시아에 머물었더랬는데 파리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의 이야기들을 체계 있게 정리해 두려던 계획이 흐지부지해져 자책 중이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꾸준하게 실행하기로 하고 오늘은 두서없이 툭 던져 놓는 피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더 멀어질 것 같다.




이곳은 이탈리아의 리오마조레(Riomaggiore). 다섯 개의 대지가 모여 한 지역을 이루었다는 의미의 친퀘테레(cique terre)에 속한 한 마을이다. 제노바 여행을 마치고 이곳에서 3일 밤, 4일 낮을 보내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선크림만 바른 채 해변에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베이커리에 들려 아침으로 먹을 포카치아를 사는 게 이곳에서의 일상이었다. 




바쁘게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고, 서둘러 그날의 여행 일정을 위해 집을 나섰었는데 하루 종일 걷고 걸으며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도 이탈리아의 여름 저녁은 낮처럼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숙소로 돌아올 때에도 리오마조레에서의 일상은 항상 같았다.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마켓에서 장을 보고 베이커리에 들려 포카치아와 단맛의 빵들을 사는. 



땀으로 얼룩진 몸을 씻어내고 저녁을 먹고 나면 산책을 하듯 이 마을의 꼭대기까지 걸으며 사진을 담았었다. 그리고 매일 저녁마다 찾아가던 마을 꼭대기의 바에서 오렌지 빛깔의 Spritz를 마시곤 했는데 두세 모금을 마시고 나면 알딸딸하게 취기가 느껴졌었고 스프릿츠의 얼음이 녹아 갈 무렵에는 뉘엿뉘엿 저녁 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산 아래 마을, 바다 끝과 접해 있는 마을 꼭대기에 앉아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 리오마조레의 저녁 풍경이 까맣게 물들어 갈 때면 주섬주섬 일어나 숙소로 돌아가던 기억, 어찍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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