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을 정리한 후, 그 마을의 유일한 마켓에 장을 보러 나갔다. 작은 마을의 중심에 있는 작은 광장, 그 한쪽 켠에 구멍 마켓이 있다. 그곳에서 미네랄워터와 커피, 샴푸와 저녁 샐러드 재료를 샀고 광장에서 몇 걸음인 Airbnb 숙소에 내려두고 다시 마을 산책을 나갔다.
이 마을의 첫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광장의 테라스에 앉아 있던 마을 청년들이 카메라를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워낙에 작은 마을인 데다 현지인들도 많지 않으니 새로운 외지인들의 얼굴을 금세 알아보는 것도 그들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반경에 낯선 이 가 불쑥 들어오는 상황에서 마다 나는 늘 당황해한다. 그날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내보이는 친밀함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멀뚱하게 바라보다 내 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뿐 별다른 응대는 하질 못했다.
도시에선 느껴보지 못한 생뚱맞은 그들의 친화력이 나로서도 싫은 건 아니었을 텐데, 어색하고 어정쩡한 분위기를 피해 슬쩍 그 자리를 빠져나오고, 그러고서 미안해지고야 마는 이 미숙함은 호전되지 않을 지병인 듯하다.
느릿느릿 마을을 돌며 군데군데에서 떠도는 고양이들을 보았다.
고양이들은 참 한결같다. 새침하고, 세상 귀찮아하는 표정과 행동을 하며, 딱 밉지 않을 만큼만 얄밉고, 나도 모르게 몇 걸음을 따라다닐 만큼 사랑스럽다.
고양이를 만지는 일엔 식겁을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1,5미터의 거리에서 밀당을 즐기는 편이다.
이 마을에서 참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보았는데 유독 기억이 나는 고양이는 자동차 위에 올라가 있는 이 녀석이었다.
고양이들은 행동이 빠르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경계해 사진에 담으려면 잠깐의 탐색전이 필요하다. 고양이가 살짝 마음을 놓는 순간에 재빠르게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야 하기에.
자동차 위에 올라가 있는 이 녀석과도 한참 아이컨텍을 하다가 카메라를 들었는데 자신을 찍으려는 나를 빤히 쳐다만 본다. 여느 고양이들과 다르진 않았지만 뷰파인더 너머로 담아지는 이 녀석의 표정이 너무 예쁘길래,
"너, 참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는 말이 연신 나왔었었고 예쁘다는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아닌지, 이 고양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도망갈 생각을 않는다. 조그만 여자아이 같은 칭얼거림으로 대꾸하듯 '야옹야옹'..
대체 뭐라는건지, 고양이 말이 알고싶어졌던 건 처음이었던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