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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ug 26. 2019

여행지에서 맞는 포토그래퍼의 아침 일상.



낯선 곳이었음에도 편안한 잠을 잤었나 보다. 아침 5시 30분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피곤함 없이 가뿐하게 눈이 떠졌던걸 보니. 잠결에서도 몽롱하게,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듣긴 했었는데 알람 소리를 진정시키고 나니 꼭 닫힌 나무 창문의 덜걱거림이 제법 거세게 집안을 울리고 있다. 창문을 열던 그가 부른다. 한 여름날 아침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바람의 폭이 그의 얼굴 위로 지나갔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집을 나서 6시 30분에 시작된 우리의 아침 사진 촬영. 사진에 있어선 빛에서 얻어내는 색감과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그는 아침의 자연광을 가장 존중한다. 

언제나의 여행에서 처럼 하셀블라드와 삼각대를 동반해 자연광의 미세한 움직임을 예측하고 읽어가며 사진을 찍는 그의 작업은 그날도 단순하게 끝나지를 않았고 그가 빛의 움직임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동안 나 역시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와 캐논 디지털카메라를 번갈아가며 꽤 많은 장면들을 담았어도 끝나지 않은 그를 기다린다. 






한겨울에도 이른 새벽부터 촬영 장비를 챙겨 숙소를 나서는 그의 여행 방식이 내게 버거웠다. 그랬기에 매 여행마다 그 혼자 촬영을 나갔었고 나는 숙소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을 더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무조건 사진 작업을 하러 나가는 그와 동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그의 결과물을 보면서 갖게 된 새로운 나의 여행 방식이었다. 자연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수고를 한 만큼 그의 사진들도 빛이 나고 있다는 걸 알아가기 시작부터 무렵부터 생겨난. 





꽤 긴 햇수 동안 나는 아이 손에 쥐어진 장난감처럼 DSLR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으며 일상 속에서도 마구잡이로 사진을 담고는 했다. 그런 나의 사진들이 몹시도 수다스럽다는 것도 참 뒤늦게 알아차렸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 언제나 '눈이 좋다', '순간을 담아내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그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탓이었지만 포토그래퍼들의 세계를 궁금해하며 닮아가려 했던 것 역시 10년 동안 그의 어깨너머로 보고 들어온 것들이 바탕이 되어서일 것이다.  






두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이른 아침 시간을 마을의 저수지 앞에서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아침 식사 거리들을 사기 위해 어제의 그 마켓에 다시 들렸다. 예상했던 것대로 Bages의 물가는 비쌌고 그 날 아침에 우린, 커다란 우유 한통과 계란, 뺑오 쇼콜라와 크루아상 한 개씩을 사들고 나왔었다. 그런데 빵들 사이에  몇 개 없던 커다란 시골 빵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그가 다시 들어가 큼직한 그 빵을 사들고 나왔다. 한 가족이 먹고서도 남을 만한 크기의 빵, 우리에겐 며칠 동안의 아침과 저녁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파리에선 생각할 수 없는 가격이다, 1유로 40썽팀. 공산품들은 그리 비싸더니 이곳에서 직접 생산해내는 빵의 가격이 그리 착하다는게 생뚱맞았다. 





숙소로 돌아와 일상의 습관처럼 더블샷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며 한입 배어 물던 크루아상의 맛에 살짝 당황을 했다. 바삭하고 버터향이 짙은 파리의 빵맛에 길들여진 미각 때문일까? 달콤하고 바사삭한 빵을 좋아하는 만큼 담백하며 심심한 빵맛도 좋아하는데 Bages의 크루아상 맛은 익숙한 빵들의 맛과는 너무 다르다. 묵직하면서도 알 수 없는 비릿함도 느껴졌는데 그 비릿한 맛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두 번을 더 베어 먹질 못하겠더라.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남은 날 동안 우리는 Bages 마을의 마켓에서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를 사는 일은 다시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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