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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ug 27. 2019

그날 하루가 길지 않기를 바랐었다.

남프랑스, 여행지에서의 자전거 라이딩.

여행이 시작된 둘째 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저수지 마을의 아침 풍경을 촬영하고 돌아오고, 작은 마켓에서 아침 거리들을 사고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하고, 그리고 오전의 햇살이 사라지기 이전에 그날의 두 번 째 챕터를 시작되던 지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Peyriac 마을까지 다녀오는 목표를 놓고 나는 긴장을 하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낯선 도시에서 처음 다루는 자전거 위에 올라타는 일은 여전히 내게 있어 모험과 같은 순간이다. 

중심을 잘못 잡아 넘어지게 되는 일이 두려워 몸을 사리고 페달 한 바퀴를 돌리기도 전에 안장 위에 앉지를 못해 쩔쩔매는 나를 보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그 순간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번 여정을 끝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 두려움의 순간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거나 페달을 연속 돌리는 일에 성공하지 못해 내려오고 올라타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되풀이될수록 두려움은 점점 커져가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자전거 타는 일을 포기했던 적은 없었다.




그날 역시 멈췄다. 다시 탔다, 서너 차례의 반복이 있었고  순간적으로 페달을 힘 있게 굴리고 나서야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며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고 내가 안장 위에 앉아 있다 해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자전거가 멈춰 섰을 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내가 안장 위에서 내려오고 땅 위에 무사히 발을 딛는 과정까지 또 몇 차례의 반복이 있어야만 한다. 




자전거를 타는 게 영 어설픈 건 아니지만 내 몸집에 맞는 자전거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유럽의 자전거들은 덩치가 큰 데다가 무게감이 있다. 그렇게 무겁고 커다란 자전거 핸들을 잡은 채로 안장 위에 앉아 자전거를 멈추고 가뿐하게 다시 출발하는 일을 나는 잘 못한다. 곤혹스러운 일이 어디 그것만인가, 자전거를 타는 나의 앞에 또 다른 자가용이나 사람들이 불쑥  끼어들 때를 대비하느라 신경 또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충돌의 확률이 낮게끔 사람들이나 자동차가 없는 지점에서 안장 위에 올라야 마음이 다소 편하고 멈춰 서야 할 곳에선 긴장을 하고야 마는 신통치 않은 실력이다. 그렇게 자전거를 잡고 벌이는 실랑이가 좀 더 연륜이 쌓이면 내게서도 사라져 줄지는 모르겠고 이러한 긴장감을 안고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여행지에서 또다시 자전거 루틴을 선택하게 될는지는.. 글쎄 여전히 잘 모르겠다. 





 40여분이면 여유 있게 도착할 거리일 듯했던 옆 마을 Peyriac까지 가는 길은 긴장이 되긴 했어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자전거를 잘 다룰 줄도 모르면서 여행지에서 종종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통수단이 그것밖에 없는 경우이지만 그것보다 큰 매리트는 담고 싶은 풍경을 만날 때마다 멈출 수 있다는 것과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까지 자전거로는 들어설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날 역시 나를 잡아 끄는 피사체를 발견할 때마다 나의 자전거는 느리게 달리다, 멈추다,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었고, 1시간 30분 동안 거북이 같은 속도로 페달을 굴리며 베짱이와 같은 시선으로 풍경들을 바라보고 즐기면서 옆 마을에 도착을 했다. 

Peyriac 마을 역시 Bages처럼 작은 마을이다. 앞마당처럼 작은 마을 앞의 광장에 우리의 자전거를 묶어 놓고 산책을 시작했다. 작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니 별다른 건 없다. 그리고 우리의 자전거를 묶어 놓은 광장 앞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뱀장어는 이 지역의 특산물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뱀장어 소비량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생선 같지 않다는 걸 파리에 살면서 느낀다. 생선 가게에도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에도 뱀장어 메뉴를 보았던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비싼 생선은 아닌가 싶었던 건 Peyriac 레스토랑의 가격을 보면서였다. 웨이트리스는 특산물 요리인만큼 우리에게 뱀장어 메뉴를 추천했지만 단연코 내 구미에 맞는 요리는 아니기에 나는 다른 메뉴로 주문을 했다. 

요리가 나왔다. 프랑스 스타일의 요리임엔 눈으로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파리에서 먹는 프랑스 요리들과 맛이 참 다르다. 맛이 덜하다 더하다로 구분 지을 수 없이 프랑스 각 지방에서 먹는 요리들의 맛과 느낌이 참 다채로운데 비슷비슷한 식재료들을 가지고 동일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데도 한 끗 차이씩 다른 음식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식사가 끝났다. 

바다 수영을 꼭 하고 싶어 하던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Moulu 마을 쪽으로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빌린 자전거 두대가 모두 바퀴의 바람이 빠져버리는 난감한 상황. 그의 자전거가 문제를 일으켰을 땐 그럴 수도 있으려니 싶어서 빌려준 업체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주었다. Bages 마을이든, Peyriac 마을이든 자전거 수리를 해줄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으며 버스도 하루 두 번 정도만 운행되는 외딴곳이기에 그 방법밖에 없었다. 

자전거 업체의 담당자는 그의 자전거 바퀴를 확인해보고 그러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알려주고 돌아갔으며 우리는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었다. 



삼십여여 분을 자전거로 달려도 바다 수영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는 찾지 못했고 우리가 달리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긴 오르막을 오르는 중에 내려오는 자동차를 피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자전거에서 내려오며 다시 안장 위에 올라타는 일을 몇 번 반복할 즈음 시동을 걸 여력을 잃어갔다. 좁은 길에서 마주치는 자가용들로 신경은 점점 예민해지고 내 자전거의 바퀴에도 바람이 빠져버렸던 것. 그가 바퀴를 떼어내고 손을 보았지만 동시에 빌린 자전거 두대가 한 날에 두어 시간 간격을 두고 바람이 빠지다니. 뭐, 이런 상항이 다 있지 싶어 슬쩍 짜증이 났다. 



  

체력은 거의 소진이 되어버렸고 자전거를 멈추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힘도 점점 달려 그날의 일정은 그쯤에서 마무리 짓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그때의 시간도 오후 5시가 되었고 돌아가는 길은 올 때의 과정보다 쉽지 않겠다는 느낌에 더는 멀리 갈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했다. 

자칫 다칠뻔한 상황이 4-5차례나 반복이 되었지만 무사히 숙소로는 돌아왔다. 

"왜 이리 고생을 하면서 여름 바캉스를 보내고 있는 거지..." 싶은 생각들로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던 그날 저녁, 다시는 자전거 하이킹은 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다시 또 그런 여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또 따라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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