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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ug 28. 2019

도시 여자의 대도시 증후군

자전거 라이딩으로 인해 너무 피곤했던 하루를 보내었던 날, 이른 저녁을 먹고 더 버틸 힘이 없어서 저녁 마을 산책은 포기하고 잠을 청했었는데 마음과 다르게 잠은 쉽게 오질 않았다. 끙끙 앓아대다 잠이 들고 새벽에 눈이 떠져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2시가 덜 된 시각. 방안의 불을 켜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만큼 정신은 또렷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려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오전 9시가 훌쩍 넘은 시각.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고 이 마을 어부들이 잡아 올린 그날 아침의 생선을 사러 가자는 그와 함께 저수지 쪽으로 나갔다. 

마을 어부는 뱀장어만 남아 있다고 했고, 전날 레스토랑에서 뱀장어 메뉴를 먹었던 그는 그다지 다시 먹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나 역시 뱀장어를 싫어하니 아침 생선을 사는 일은 그냥 넘기는 걸로. 헛 걸음이 되긴 했지만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산다는 건 내게 있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괜찮다. 



저수지 주변을 맴돌며 사진을 담고 있었더니 작은 양동이와 그물을 들고 물가에 나온 4명의 아이들이 올망졸망 지나간다. 물고기를 잡겠다며 나왔나 보다.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어떠한 사진을 담을지, 그와 대화를 하며 걸으면서도 나의 시선은 깜찍한 아이들의 모습을 한참 동안 따라다니고 있었다. 




저수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며, 점심을 만들 식재료들을 사기 위해 이 마을의 유일한 마켓에 다시 들렸다. 손바닥처럼 작은 공간.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지극히 제한적이며 2배 이상의 가격이지만 당연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이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며 도시와 떨어진 외딴곳이니까. 마을 사람들은 차를 몰고 Narbonne 시내로 나가 장을 보고, 또 다른 볼일들을 보다가 마을로 돌아오는 일상을 살아가기도 하겠지만 일주일 단위로 이 마을을 거쳐가는 방문자들에겐 꽤 번거롭고 성가신 일이다. 




몹시도 조그맣고 조용한 저수지 마을, 이곳 사람들은 일상을 어떻게 채워갈까?

현대화 된 세상의 문명은 이전의 세대와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게는 하지만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가기엔 너무 인생이 무료하지 않을까?

'개인 소외'와 '개인주의'현상이 두드러진다 해도 딱딱하고 차가운 대도시에서의 삶이 내게 주는 평온함과 안락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이곳에서 며칠을 지내보면서 확연하게 느끼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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