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엄마는 항상 얼굴색이 누렇다. 눈 밑은 회색 물감을 붓으로 쓱쓱 칠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입꼬리는 아래로 축 처져서 심통 난 이모티콘 같은 모양이다. 내가 까치발을 하고 손가락으로 양쪽 입술 끝을 위로 쏘옥 올려보아도 이내 아래로 쑤욱 내려온다. 좀 웃겨볼까 싶어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꿀꿀 돼지 목소리로 불러도, 개다리 춤을 춰도 가짜 웃음만 짓는다. 치잇.
쌍둥이 동생과 나는, 약속통장이라는 걸 한다. 매일 수학 문제집 두 장을 풀고 영어 책 두 권 읽는 거다. 나는 학교 다녀와서 진작에 다 해 뒀는데, 동생은 영어책을 골라 놓기만 하고, 표지를 들추지도 않고 있다. 엄마한테 읽어달라고 할 게 분명하다. 혼자 못하겠으면 유튜브에서 찾아서 따라 읽으면 되는데 왜 맨날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저녁 일곱 시, 엄마가 퇴근했다. 역시나 상상했던 월요일의 엄마 모습 그대로다. 씻고 나와서 식탁에 같이 앉아 밥을 먹는데 엄마는 큰 그릇에 밥이랑 국을 같이 담아서 우적우적 퍼 먹는다. 우리한테는 꼭꼭 씹어 먹으라더니 엄마는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그대로 삼킨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학교 점심 급식 반찬에 치킨이 나왔다며 신나게 말하는데 눈을 반만 뜨고 끄덕이기만 한다. 우리를 쳐다보는지, 우리 뒤에 벽을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귀도 반은 닫혀 있어서 내가 하는 소리를 잘 못 듣는 건 아닐까.
저녁 여덟 시, 엄마는 치카하고 잠옷까지 갈아입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 조용해서 들어가 보니 머리를 까닥 거리며 졸고 있다. 배 위에는 무슨 글쓰기라는 책이 올려져 있는데 푸푸 숨 쉬는 박자에 맞춰서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읽지도 않는 책을 뭐 하러 맨날 배 위에 올려두는지, 엄마한테는 책이 이불인가 보다. 따뜻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학교에서 그린 그림이랑 수학 시험 본 것도 자랑하고 싶은데, 깨우지를 못하겠다. 어차피 잠에서 깨면 또 내가 싫어하는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그렇게 엄마 앞에서 한참을 서있는데 동생이 들어온다. 그대로 엄마 다리 위애 철퍼덕 엎드리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엄마~ 책 읽어줘~.'
휴우.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눈썹 사이에 짧은 주름 세 개를 만들면서, 내가 싫어하는 끄응 소리를 낸다. 노트북으로 음원 틀어서 읽으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 동생은 불쌍한 고양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엄마도 나랑 영어책 읽는 거 좋다고 했잖아~, 일부러 안 하고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렸던 말이야~.'라고 말이다. 웬일. 눈물까지 글썽인다. 으이구.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심통이 가득한 목소리로 불쑥 한 마디를 내던졌다.
"나 같으면 지금 책 안 읽어 줄 거야. 이렇게 졸라도 안 해줄 거야. 나는 나중에 엄마 같은 엄마가 안될 거야!."
엄마 눈이 동그래졌다. 오늘 본 눈 중에 제일 크다. 무슨 말이냐고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지금 엄마 자고 싶잖아. 그럼 자야지. 나 자신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니까.
그리고,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엄마가 될 거야. 아가들한테 휘둘리지 않는 엄마가 될 거야. 아가들이 미안해하지 않는 엄마가 될 거야!"
엄마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동생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해서 그냥 방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갈까 하여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잠시 후 안에서 엄마가 영어책 읽어주는 소리가 났다.
토요일 아침이다.
엄마랑 둘이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꼬옥 안더니 궁금한 게 있다고 물어봐도 되냐고 한다. 뭔가 심각한 말을 할 때 이렇게 말하는데 뭐지.
흠흠, 소리를 내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번에 내가 크면 어떤 엄마가 될 거라고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때 한 말이 또렷하게 떠올랐지만, 다시 말하기가 부끄럽기도 했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잘못 말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 더 묻는 엄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그런데 있잖아. 엄마는 그런 엄마 되지 마. 내가 잘못 생각했어~ 헤헤헤."
첫째 아이와 있었던 일을 아이의 시선에서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일 하는 동안 해 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미안함이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몸이 좀 힘들어도 책 읽기나 보드게임 등 엄마랑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건 가능한 다 해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덟 살이 된 아이들의 눈에 그 힘든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나 봅니다. 첫째 아이가 툭 하고 던진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미안해하지 않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마음속에 콕 박혀 일주일 내내 가슴을 울리기도, 또 아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엄마는 스스로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아이들을 더 품어줄 수 있는 건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던 제 자신을 아이가 먼저 본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매 순간 나는 괜찮은 지, 나를 먼저 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힘들고 피곤하면 그렇다고 인정하고, 잠시 동안의 휴식도 좀 가져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체력을 늘리기 위해 운동이라는 것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부디 다짐으로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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