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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Aug 18. 2023

인생에는 성공과 과정만 있지!


남편과 카페에 앉아 있는데,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한숨을 너무 많이 쉬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이들도 나에게 한숨 좀 그만 쉬라며 한 마디씩 했었다.


맞다.

최근 몇 주간, 일을 하다 가도 후-, 운전을 하다가도 휴우-, 집에 와서 설거지를 하다가도, 아이들 책을 읽어줄 때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순간순간 갑갑함이 밀려왔고, 깊은 숨을 내 쉬어야만 그다음의 얕은 숨들을 쉴 수 있었다.


혼자 하던 고민을 남편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아침에 눈 뜨면, 잘 살고 있는 건 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고 말이다.

가족도 있고, 다닐 직장도 있고, 겉으로 보았을 때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건 맞는데, 잘하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는 듯하다고 했다.

육아서적에 자기 계발서까지 보다 보면, 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이, 더 잘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피곤하다고 미루고만 있는 것 같아 자꾸 자책하게 된다고 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그렇게 다짐한 지도 벌써 수개월이 지나 버렸다고 말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허무하고, 매일 실패한다는 생각들이 점점 더 짙어져서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하는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남편이, 최근 자신이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한 번 들어보란다. 강호동이 조혜련한테 한 말이라며, 둘의 대화를 흉내내기 시작한다.



"혜련아,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가 있나?"

"응, 있지."

"틀렸다!, 인생에 어떻게 성공과 실패가 있니?, 뭐가 실패고~!

 인생은 '성공'과 '과정'만 있지. 과정이 힘들면 그걸 거름으로 삼아 끝까지 살아내는 것, 그게 성공이다!"





되지도 않는 사투리를 듣고 피식- 웃었지만,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며 내 생각조각들을 다시 맞추어 보았다.


나는 태생이 욕심과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고, 뭔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었다. 하지만, 그렇게 결과만 바라보던 나는, 내가 한 노력, 그 과정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노력하는 시간들이 모여 그나마 이곳까지 온 것일 텐데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을 보고, 또 내일을 준비하는 매 순간 나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걸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물론, 보다 많은 애를 쓸 수는 있겠지만, 내게 주어진 체력과 정신력, 물리적 환경 내에서는 나름의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들을 잘하고 있다고 인정하자 싶었다. 물론, 욕심 많은 내 성에 차진 않을 테지만.



오늘은 잠들기 전, '이 정도면 잘했어.'라고 말해줘야겠다.

그동안 진작에 쳐 주었어야 하는 해빗트래커의 '나 칭찬하기'에 동그라미 하나 진하게 그려줘야겠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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