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팀장의 눈물 (2)

by 리유


2년 만에 본 그의 모습을 보고 반갑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양 쪽 어깨는 아래로 한껏 처진 채 허리도 약간 구부정한 자세였다. 얼굴에는 웃음기라곤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정 정장에 같은 색의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인가 그의 주변만 어둠이 드리워진 듯 보였다.





복귀 후에도 그는 여전히 우울해했다.

막상 다시 돌아와 보니, 본인이 떠날 당시의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분위기 그대로였다. 매출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놓고 온 돈이 아쉬웠다. 더 나아진 점이 있다면, 그와 함께 이 회사에 입사한 동기들 열다섯 명이 있다는 것, 단 하나였다.

친한 동기들은 그가 재입사하게 된 이유를 알았다. 그가 도와달라며 손을 먼저 뻗었다.

10년 넘게 함께해 온 형, 동생, 친구인 그들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점심 먹자는 사람, 감정 관리에 좋은 책을 선물하는 사람, 책상 위에 커피와 메모를 올려두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힘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입사 때부터 같은 조원이었던 내게 한 번씩 연락을 하곤 했다. '바빠?'라는 문자를 보낼 때면, 나는 1초도 되지 않아 '전혀.'라고 답했다. '잠깐 볼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면 즉시 회사 카페로 내려갔고, 그때마다 다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들어주는 일이었다. 그의 마음을, 힘듦을.

그는 동기들 덕에 힘이 난다며,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쓴웃음을 짓곤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 사실 주변의 어떠한 이도 그의 우울감을 완전히 떨쳐내어 줄 수는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6개월, 1년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그의 표정에 웃음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꽃봉오리의 꽃잎이 한 장, 한 장 천천히, 조금씩 펼쳐지듯이.


얘기를 들어보니, 주변의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단다. 와이프, 두 딸, 부모님, 그리고 회사의 동기들까지. 몸을 움직이기 위해 하루 한 시간씩 헬스를 하고, 감사 기도도 시작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새벽, 정적 속에 서로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를 듣다가 알아챘다고 한다. 마치 깊은 꿈 속에서 눈이 번쩍 뜨이며 깨어나듯이, 그동안 그의 모습이 모두 자신의 마음 안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놓고 온 것에 대한 후회에 휩싸여 현재의 감사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야 보였다고 한다.

확실히 얼굴에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심지어 나더러 힘들어 보인다며 괜찮냐고 물어보았으니, 이 정도면 극복한 것이 분명했다.



얼마 후,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다 '와!'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인트라넷의 '부서장 인사발령'이라는 게시글 안에는 그의 이름 세 자가 적혀있었다. 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기뻤다. 심지어 내가 승진했을 때 보다 더 환호했다.


그의 표정은 날로 밝아졌다. 팀도 탄탄하게 꾸려나갔다. 때때로 팀원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물어오곤 했고, 나는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전달해 주었다. 책도 읽고 유튜브로 공부까지 하는 열정을 보였다.

회사의 매출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중 그가 맡은 상품들의 숫자가 더욱 돋보였다.



그리고 오늘.

재입사 한지 2년 즈음 되던 날. 그의 팀이 전사 어워즈 수상을 받게 된 것이다.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나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진짜 축하한다고, 고생했다고 말했다. 아무 말이 없길래 그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이, 눈가가 벌게져 있었다. 이내 한 방울, 두 방을 눈물을 주르륵 떨어 뜨리고 있었다.

"아씨, 나 왜 눈물 나."라는 그의 말에, "왜 그래, 주책이야. 정말."이라고 답하는데 내 눈가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수상 받은 팀원이 포토타임에 그와 팀 식구들을 모두 불렀다. 단상 위에 옹기종기 모여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가득했다. 한 손에는 꽃다발을 또 다른 손에는 손수건을 꼭 쥐고 있는 그의 모습이, 팀원들과 함께 웃는 장면 자체가 그저 감동이었다.






김팀장은 2006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회사 매출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바쳤다. 때로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없이 채근하기도 했다. 회사를 잠시 등졌다가 다시 돌아왔으나 한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실력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승진했고, 마침내 전사에서 주는 어워즈까지 받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모든 모습들이 색색깔의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회사가 뭐라고, 일이 뭐라고, 이리도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그가, 내가, 우리네들이 가엽기도 기특하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이제 그의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다음 주엔 점심 한 번 쏘라고 해야겠다. 맨날 내가 사줬는데, 드디어 얻어먹는구나. 김팀장님.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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