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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Oct 25. 2023

퇴근길 내 친구 '치토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즈르륵. 탁. 가방 지퍼를 닫는다.

띠링. 직원 출입구에 아이디카드를 찍고 또각또각 걸어간다. 작은 물건들이 가득한 곳 앞에서 잠시 머뭇 거린다. 바로 회사 건물 안에 있는 무인 편의점.


오후 다섯 시.

12시에 점심을 먹으니 한창 뱃속이 요동칠 때다. 사실은 2시부터 그랬다.

원래 대량으로 짓는 밥은 배가 금방 꺼진다고 하지만, 요즘은 유독 심하다. 가을이라 괜스레 마음이 허해져서 인가. 아니면 겨울이 오기 전 열량을 보유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내 두 발은 스낵 매대 앞에 놓여져 있고야 말았다.


오늘 하루 중 가장 반짝이는 눈으로 깔의 봉지들을 스캔하며 생각했다. 무얼 먹을까, 이제 건강을 생각할 나이이니 오트밀 밀크? 견과류? 아니면, 과일주스? 고민하다가 '에잇, 오늘도 너다.' 하며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바로, 치토스 매콤 달콤한 맛.



귀여운 치타가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표지의 과자봉지를 셀프계산대 위에 올린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삑 하고 바코드를 스캔 후 카드를 꺼낸다. '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봉지를 낚아 채 가방에 툭 집어넣는다. 반쯤 빼꼼히 나온 주황색 봉지를 보니 벌써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이 녀석은 요새 나의 최애 간식이다. 퇴근길 없어서는 안 되는 메이트이다.

집에 가는 길, 서울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도로를 지나간다. 퇴근 시간 대에는 평균 시속 30킬로를 넘기기 어려운 구간이다. 두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의 지루함과 허전함을 채워주는 녀석이 바로 요것 이단 말이다.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와 고속도로까지 도착하는데 약 10여분이 걸린다. 그 사이 나의 눈동자는 몇 번이나 가방과 앞의 차를 번갈아 본다.

시속 20킬로 즈음 될 때 즈음 봉지를 꺼내 부우욱 뜯는다. 옥수수를 갓 튀겨낸 듯 한 고소함과 달콤 매콤한 향이 차 안 가득 퍼진다. 이게 바로 팜유와 합성착향료의 향연인가. 노르스름한 색에 질세라 자극을 더한다.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물건 보관함에 봉지를 고정시킨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치토스 한 조각을 집는다.


처음에는 앞니로 조금씩 쪼개어 먹는다. 적당한 짭조름함과 매콤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즈음, 두세 개 한 번가득 넣어 으적으적 씹기도 한다.

옥수수의 고소함과 그 위에 살짝 얹어진 라면수프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으. 어깨 위에 겹겹이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아작 소리와 함께 날아가 버린다. 상무님의 날카로운 눈빛도 안녕, 옆 팀 팀장님의 공격도 잘가!

차가 좀 밀리면 어때, 앞에 차 좀 끼어들면 어때. 마음도 한 없이 너그러워진다.


어느새 손에 집히는 조각이 작아졌다. 이제 곧 가루만 남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남은 한 톨까지 쓸어 먹겠다는 심정으로 손가락으로 쪽쪽 찍어대고 나면, 하나 더 살걸, 혹은 좀 더 큰 걸 살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입을 쩝쩝대며 봉지를 접다가, 뒷면에 슬쩍 보이는 설탕, 향미증진제, 트랜스지방 등등의 뭐시기들은 눈을 찔끔 감고 무시해 버려 본다.


안다. 몸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것. 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편의점 앞에만 서면 '너만 보인단 말이야~.'


눈치채지 못한 채, 하지만 눈에는 좀 잘 띄게 조금씩 늘어가는 게 있다. 옷 아래 숨겨진 귀염진 나의 뱃살.

차에 견과류, 껌, 플로폴리스 사탕 등을 놓아둔 적도 있다. 그래도, 어김없이 편의점에 들른다. 먹태, 마른오징어 등과 같은 짭조름한 무언가를 사다 놓아야 하는 걸까.


아무튼, 오늘도 난 편의점에 들러, 치타의 손짓에 이끌 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음이 든든하다. 걸음이 씩씩해지기까지 한다.


자고로, 퇴근길 이런 기쁨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괜찮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인데. 좀, 질릴 때까지 먹다 보면 언젠가는 그만두겠지. 하고 치토스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아삭'


캬. 좋다!




*사진출처 - 네이버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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