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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Sep 01. 2023

당신은 존재 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존재 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1년 전, '나'를 찾겠다며 책, 영상을 뒤적이다 발견한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었다. '닥터지하고'.

우리는 각자 빛나는 보석이다.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크기와 상관없이 개인의 고유한 빛이 있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가치'라는 단어의 의미가 하늘의 구름처럼 도통 잡히지가 않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가치

1. 사물이 지나고 있는 쓸모

2.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3.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 중, 사람이 지니는 '가치'란 무엇일까.

첫 번째 정의에서, '사물'의 쓸모를 '인간'의 쓸모로 바꾼다면, 어딘가에 쓰이게 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너무 물건처럼 느껴진다. 차갑다. 두 번째 정의를 간략하게 줄여보니 '중요한 사람'이라고 이해된다.


두 가지를 엮어서 해석해 본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중요한 사람. 소중한 사람'



가치라는 단어 뜻을 나름 해석한 뒤, 매일 아침 감사일기에 한 문장을 적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가치 있는 사람, 즉,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크게만 느껴졌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인가, 그저 나 사느라 바쁜데 내가 그럴 여유나 있는가 라는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다. 즉, 매일 종이에 문장을 적기는 했지만,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일곱 시.

내가 좋아하는 우리 팀 차장님은 나와 같이 7시 출근 4시 퇴근을 하신다.

그래서 이 시간이 좋다. 조용한 사무실에 우리 둘 만 조용히 앉아 일을 하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차장님과의 점심 대화가 떠올랐다. 마흔 살이 된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신 따스한 시간들이 눈앞에 스쳤다. 이내, 마음속에 불이 탁 하고 켜졌다.


차장님은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

곁에 있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마음을 나누고 위로도 받는다. '가치'라는 게 큰 게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냥, 존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남편의 아내이기에 가치 있는 사람이다.

우리 엄마, 아빠의 딸이기에 가치 있는 사람이다.


이제 알겠다.

그저, 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그동안 머릿속을 꽉 매워왔던 왜 살아야 하는가,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핑크빗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듯하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고, 그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는 나는 이미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더 잘 살기 위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일단, 이 정도면 됐다.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얻었다.






오늘, 차장님에게 문자 하나 남겨야겠다.

차장님은 지금 이곳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주고 계신다고, 감사하다고.


아이들에게도 말해줘야겠다.

지금 엄마, 아빠 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을 주는 너희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내 감사일기장에도 단 하나의 의심 없이 적어야겠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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