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무실의아침은 아주머니의 힘찬 인사 소리로 시작된다. 청소하시는 용역 소속 아주머니이시다. 보통 성인 여자들 키에 살짝 왜소한 몸, 여느 할머니에게서 볼 수 있는 헤어스타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침마다 일명 구루빠를 말고 나오시는 지 규칙적으로 몽실몽실 볼륨이 살아있다. 살짝 굽은 등과 얼굴에 예쁘게 자리잡은 주름을 보니 60세 중반은 족히 넘어 보이는 모습이다.
아주머니가 사무실을 밝혀준 지는 어느덧 6개월이 훌쩍 넘었다. 여기서 밝혀준 곳은 눈에 보이는 부분들만이 아니었다. 많은 업무로 힘든, 논쟁이 격한 미팅으로 화가 난, 일이 잘 안 되어 기운이 없는 이들의 마음도 해당되었다.
손주를 옆에 앉혀 두고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나긋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오~" 인사를 들을 때면 마시멜로 녹듯 마음이 스르르 풀어졌다.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머리 위에 동동 떠다니던 회색빛 구름이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조금은 밝아진 마음으로 자리에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아주머니와의 첫 만남은 화장실에서였다. 아침 여섯 시 반. 다른 때 보다 일찍 도착해 얼굴을 정비(메이크업)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처음 보는 분이 세면대를 빡빡 문지르고 계시는 게 아닌가. 손을 닦아야 하는데.. 하고 머뭇거렸더니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어?! 안녕하세요 오~ 쓰세요. 거의 다~ 했어요오~' 라며 활짝 웃는 얼굴로 말씀하시는 거다. '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펴져 버렸더. 새벽 출근으로 축 처져있던 마음도 함께.
이후 복도에서, 탕비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늘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환한 표졍으로 서로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같은 공간에 있는 100여 명의 사람들 모두 아주머니와 마주칠 때면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아주머니는 그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화답하셨다.
청소 실력도 보통이 아니셨다. 왜소해 보이는 몸과는 달리 손과 발의 속도가 남달랐다. 종종 거리는 발걸음으로 각 테이블 옆에 놓인 휴지통을 순식간에 비우시고는 대걸레로 바닥 곳곳을 닦으신다. 싱크대는 물론이고 공용 냉장고 깊숙한곡까지 어찌나 꼼꼼히 정리해 주시는지. 덕분에 우리는 말끔해진 공간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탕비실에 컵을 씻으러 갔을 때였다. 아주머니는 어김없이 특유의 리듬감 있는 몸짓으로 싱크대 주변을 닦고 계셨다. 평소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기에 이때다 싶어 쑥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정말 감사드려요.이렇게 깨끗하게 해 주셔서."
아주머니는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푸근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에이~ 뭘요. 사무실에 앉아서 하루 종일 일하시는데, 얼마나 힘들어요. 주변이 깨끗해야 힘도 나고 그럴 거 아니에요."
마치 자신의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따스하고 푸근하게 '오늘도 힘내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듯했다.
이제는 알겠다. 아주머니의 밝은 웃음과 에너지의 비밀을.
아주머니는 그냥 청소업체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계셨던 게 아니었다. 자신이 깨끗하게 가꾼 이 공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기분 좋게,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계신 거였다. 그것에 '기여'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었다. 그러니 표정과 몸짓 목소리까지 남달랐던 거다. 주어진 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고 계신 거였다.
이제 아침 아홉 시 즈음. 아주머니가 대걸래를 들고 사무실에 나타나면 다들 반기는 듯한 눈치다. 아주머니가 다가오면 두드리던 키보드를 멈추고 의자를 뒤로 민다. 그럼 아주머니는 '아이코, 감사합니다~' 하고 책상 밑까지 깨끗이 닦아내어 주신다. 우리들도 '감사합니다.'로 화답하며 뽀득해진 바닥 위에서 다시 신니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렇게 말끔한 하루를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아주머니의 '안녕하세요오~' 를 듣고 힘을 내고 싶어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