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대신 초코우유 한 잔

회사에서 힘들다면

by 리유



월요일 오후 네 시.

직장인이라면 알 것이다.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시간이라는 것을.

카페인이 필요했다.


지금 커피를 마시면 잠 못 이루는 밤을 맞이할 게 훤했으나 더 이상 눈꺼풀을 들어 올릴 근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카페를 향해 좀비처럼 복도를 걸어가는 길.


큰 기둥 뒤에 누군가 의자에 녹아내리듯 앉아 있다.

누가 도대체 회사에서 제 집 소파인 것처럼 쉬고 있나 싶어 빼꼼히 들여다보니 뭔가 익숙하다. 갈색 구두, 남색 바지, 하늘색 수첩.

같은 해 입사한 남자 동기다. 치열한, 특히 월요일은 전쟁터나 다름없는 영업부서의 최 팀장.


발걸음의 속도를 줄이며 스리슬쩍 물었다.

“여기서 뭐 해?”


나를 바라보는 최 팀장의 얼굴은 마치 마라톤 10킬로를 뛰고 온 듯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어서 웅얼거리는 그의 말.

“어.. 너무 힘들어서. 한 잔 하고 있어.”


도대체 뭘 한 잔 하길래 라는 생각에 그의 앞에 발걸음을 멈춰 주변을 살폈다.

나무늘보의 속도로 들어 올린 그의 손에는.. 초콜릿 사진으로 가득 찬 허쉬초콜릿 우유 한 각이 들려 있.었.다.


안쓰러움을 가득 담아 이그.. 좀 쉬다 들어가라고 말하고 다시 카페로 향하는 나에게 그가 뒤에서 외쳤다.


“김 팀장, 초콜릿우유 한 잔 해! 효과 좋아아아~~!!”

.

.

.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손에는 쓰디쓴 아메리카노 대신, 달콤 쌉싸름한 아니, 달고도 단 한 초코우유 한 각이 들려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까 최 팀장이 녹아있던 그 의자에.


초코우유 한 모금에 아침 미팅에서 있었던 억울함이 사라졌다.

또 한 모금에 잘 풀리지 않던 보고서의 갑갑함이 삼켜졌다.

그리고 또 한 모금에 '으자차, 그래도 오늘 꽤 수고했다.'라는 생각이 다가왔다.


역시 스트레스 가득일 때는 한 잔 해야 한다. 초코우유 한 잔.


오늘도 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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