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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Jul 11. 2023

첫 가게, 코로나와 함께하다. (2)

3년 전 그 처절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그날 이후, 그는 다시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가게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했다.

튀김기와 장소가 있다. 닭이라도 튀겨보자. 키즈카페를 접고 치킨 배달을 시작한 지인으로부터 닭을 납품받았다.

포장 박스, 젓가락, 비닐봉지 등을 구입했다. 배달 업체에 신규 등록도 했다. 생각보다 판매는 잘 되었다. 월 백만 원은 나왔다. 점장 월급의 일부라도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에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기름 냄새였다. 두 번, 세 번 씻어도 누릿한 닭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신세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몰아칠 때마다, 어둠 속에서 보았던 한줄기 빛과 가족들의 웃음을 떠올렸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에는, 가게를 재정비하는데 몰두했다.

방치해 두었던 놀이기구와 장난감, 테이블을 새것처럼 닦아 놓았다. 주방 냉장고 깊숙한 곳과 후드 틈 사이사이 광을 내었다.

폐업하는 키즈카페에 찾아가 버려지는 가구와 장난감을 가져왔다. 나뭇결을 훤히 드러냈던 의자들을 알록달록 의자로 바꿔 주었다.

코로나 이후 무용지물이었던 파티룸을 없애고 미끄럼틀 존으로 탈바꿈했다. 방역을 위한 공기 살균기를 새롭게 설치하고 청정기도 늘렸다.


그렇게, 가게 안의 검은 안개를 걷어내 가며, 3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2022년 겨울, 무채색이었던 놀이기구들이 색색깔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문에 걸린 종소리가 일주일에 두세 번에서, 매일, 그리고 하루에 수십 번 울려 퍼졌다.


그렇다. 가게 안은 다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장난감과 놀이기구들도 아이들이 그리웠던 것일까. 그동안 고요하게 머물러 있던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새로운 식구가 된 미끄럼틀도 신이 나서 들썩인다. 바닥에만 깔려 있던 볼풀공들은 여기저기 튀기며 춤을 춘다.

주방의 냉장고는 문을 열고 닫느라 바빠졌다. 찬장에 놓여있던 팬과 접시들이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낸다. 오븐과 튀김기, 커피머신도 윙윙 거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웅크렸던 어깨가 활짝 펴졌다. 발걸음과 손놀림이 어느 때보다 활기차졌다.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단단히 자리 잡게 되었다.


몸은 바쁘고 힘들어졌지만, 그 고됨도 감사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가 갈고닦은 이 공간이 아이들의 온기로 채워질 때면 행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각자의 즐거운 기억을 안고 가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코로나'라는 태풍을 맞서고 견딘 그는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일이 주는 기쁨까지 깨닫게 된 것이다.



오늘도 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장단 맞춰 경쾌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땡그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자신에게도 말한다.



'고생했어. 잘 견뎠어. 다시 시작해 보자.'






(본 글은 아내의 시선에서, 남편이 겪은 코로나 3년의 기간을 곁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담아낸 것입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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