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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Jun 05. 2023

퇴근 후 뜻밖의 고요함이 반갑다

집에 아무도 없다


퇴근했다.

이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


어제 청소한다며 한편에 치워둔 매트 덕에

예쁜 베이지 마룻바닥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이 갖고 놀다 만 로봇 만들기 세트 하나만 귀염지게 놓여있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던가

우리 집이 이렇게 예뻤던가


남편에게 톡을 보내본다.


언제 와?

몰라 -_-; (놀이터에서 신난 아이들 사진과 함께)

응. 고마워. (하트)




오늘 점심 올영세일에서 사 온 진정패드와 마스카라를 화장대 서랍에 쏙쏙 넣어놓고

방금 도착한 비타민미백 주름개선 화장품을 한 박스 뜯어 화장대 위에 올렸다.

출력해 둔 해빗 트래커 표도 벽에 붙였다.


이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할 거다.

샤워도 느긋하게 할 거다.


나와서는 미백 화장품을 바르고 톡톡 흡수시켜 줄 거다.

그리고, 오늘 브런치에 올린 부끄러운 글을 다시 다듬어 봐야지.

어제 시작한 블로그에 생각 몇 줄 끄적여 봐야지.

책도 좀 읽어야지.


내 마음이 넓어지는 듯하다.

내 얼굴도 좀 더 예뻐지겠지.


아, 너무 계획이 거창한가.

기대만큼 실망도 큰 법.


파란색 운동매트 위에 내 두 발만 얹어 여유로운 운동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오늘은 됐다.


뜻밖의 고요함과 여유가 참으로 좋다.





추신. 엄마는 너희를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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