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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수영이 아닌 '생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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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
May 11. 2023
생존수영을 배운단다. 그냥 수영이 아닌 ‘생존수영’.
작은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수영복을 입고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다. 교실이 아닌 수영장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해 보인다.
허리를 숙여
한 명 한 명 눈 맞추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구명조끼를 들고 나온다. 사용법
을
천천히 또렷한 목소리로 가르쳐 주신다.
너희는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듣고 반드시
기억해야 해. 알았지?라고 애절하게 외치는 듯하다.
순간, 가슴이 저려온다. 울컥하다.
이미 떠나간 아이들이 떠오른다.
지금 저 아이들은
넓은 수영장 곳곳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손으로 코를 막은 채 물속으로 뛰어든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손을 양 옆으로 저어 움직이고 있다. 서로 어깨를 잡고 물 위에 가만히 떠있기도 한다. 한 아이를 두 명이 양쪽에서 잡고 물 밖으로 구출하고 있다.
그때 그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겹쳐진다. 이 모든 걸 알지 못했던 지금은 없는 아이들.
왜 사람들은 이미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알게 되는 것일까. 아무리 경험을 해야만 깨닫는다고 하지만, 생명이 달린 경험은 목이
메도록 아리다.
갑작스럽게 생긴 수업에 해맑게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허망함과 분노, 안도감이
휘몰아쳤다. 당장 이 감정을 어딘가에 뱉어내고 싶었다.
삑-
수업이 끝났다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자, 정신 차리자. 현재에 집중하자.
물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나온 아이들이 씻고 나온다. 아직 물기를
구석구석 닦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다닌다.
에구, 춥겠다. 감기 걸리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의 고운 머리칼을 말려주며, 건강하게, 안전하게 자라나길 염원해 본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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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HR)가 천직인 20년차 직장인이자 10년차 엄마입니다. 성장, 글쓰기, 책읽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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