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번화가에 차를 갖고 가는 건 무리일 테고, 버스도, 전철도 두 번씩 갈아타야 한다.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떠올린 생각. 그렇지. 역세권인 시어머님댁에 몰래 주차하고 거기서 전철을 타고 가면 딱이다. 집에서 차로 10분이면 어머님댁이고, 그곳에서 전철을 타면 20분 만에 강남역에 도착한다.
역시 잔머리 하나는 잘 돌아간다. 흐흐. 남편에게 전달받은 비번으로 주차장 진입,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하철로 향했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으려는 순간. 아뿔싸.
가방을 바꾸면서 지갑을 놓고 온 것이다. 젠장. 어디로 가야 하지. 1회용 교통카드는 단 한 번도 구입해 본 적이 없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간신히 발급기를 찾았다. 그래, 하나하나 해보자.
역을 선택하고, 구간을 클릭하고, 일반으로 구입하려는데. 이런. 결제하는 곳 어디에도 삼성페이의 ㅅ 도 적혀있지 않다. 아. 어쩌란 말인가.
빨간색의 직원 통화 버튼을 눌러본다. 다행히 빨리 받으신다. 상당히 딱딱한 목소리다.
'여기, 삼성페이 결제는 안 되나요?'
'네, 안됩니다. 현금이나 카드만 가능합니다.'
'아, 그런데 지금 현금과 카드가 다 없어서요.'
'그럼, 편의점 옆에 ATM이 있으니, 인출해서 사용하세요'
뚜. 뚜.
편의점 옆 ATM? 가보자. 화면에 종이가 붙어 있네? 뭐지?
아뿔싸. 고장이다. 생전 안 쓰던 욕들이 목구멍 바깥으로 나오겠다고 아우성이다.
자, 나는 차분한 사람이다. 진정하고 생각해 보자. 방법은 세 가지다.
1. 다른 ATM을 찾는다.
2. 남편에게 현금을 갖고 오라고 부탁한다.
3. 주차해 둔 차를 갖고 간다.
일단 다른 ATM을 찾아보자.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에 주거래 은행 기기가 있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가장 빠른 걸음으로 골목 이곳저곳을 서성였다. 드디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