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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Mar 18. 2023

딸의 결혼식,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눈물이 주르륵 떨어진다.   

남의 결혼식에 올 때마다 주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두 어머니가 초 끝에 불을 붙이는 순간이었다.

신부 친정엄마의 눈가에 맺힌 눈물 방울이 유독 크게 빛난다.

기쁨의 눈물일까, 슬픔의 눈물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일까.


당사자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멀리서 바라보던 남의 집 못난 딸은 그 눈물을 슬픔, 아쉬움, 안타까움으로 정의 내린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여리디 여린 아이가 품을 떠난다. 잘 자라도록 곁에서 더 도와줬어야 했는데 더 이상 그러하지 못한다니 후회가 만연하다. 이제 그 고운 얼굴과 매일 눈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잘 살아갈 수 있을 까에 대한 걱정에 눈앞이 캄캄하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오는 신부는 알까.

지금은 양가 부모님이 계시고 어엿한 직장과 본인을 아껴주는 믿을만한 남자가 있다. 이 순간을 축복해 주는 사람들도 함께한다. 그렇기에 지금 눈에 보이는 행복 뒤에 가려진, 앞으로 겪게 될 수 많은 감정들은 눈치채지 못할것이다. 그녀는 진정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부모의 품에서 떠나 온전히 두 발로 내딛고 서서 삶을 이끌어갈 자신이 있는 걸까.  




그렇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엉켜 놓을 때였다.

여전히 볼 위를 흐르는 눈물을 의식 없이 닦아내다가, 문득 자리에 앉아 있는 신부의 엄마 얼굴을 바라보았다. 딸과 사위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가는 촉촉하지만 입가엔 미소가 만연하다.

만족감, 행복감, 뭐 이런 걸까.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뭘까.


이건, 자신감이다.


지금 신부의 엄마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딸은 물론, 자신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넘치는 듯하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키워온 딸이, 이제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나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


그리고, 응원한다.

잘할 수 있을 거다. 믿는다.라고


신부의 눈빛도 확신에 차 있다. 그동안 부모님께 받은 사랑으로, 이제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고, 행복하게 잘 살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결혼이란 건, 내가 생각해 오던 게 아닐 수도 있다.

자식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나는 결혼 후 갑자기 어른이라는 삶에 내던져진 느낌이 강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과 막막함이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나기만 했다. 때에 따라 온도를 맞춰주고 물을 주는 온실에서 나와 세찬 바람에 맞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듯했다.

그건, 아마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지 못했었기 때문이었을테다.  

 

잘 생각해 보자.

나는 두 딸아이의 엄마다.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내 아이들이 결혼식 장으로 들어설 때,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때, 저기 앉아 있는 신부의 엄마처럼 자신감으로 가득 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해 나가야 할까.


아이들은 결국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인생을 꾸려나가게 될 것이다.

자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함께 있는 동안 곁에서 내면의 힘을 길러줘야 한다.

올바른 것이 무엇인 지 가르쳐 주자. 지혜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밝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추게 해 주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기다려주자.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되뇌어 본다.

지금, 아이들에겐 엄마가 우주의 전부다. 엄마의 매 순간을 살피고 배우고 있다.


엄마인 나부터, 올바르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

자신 있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잊지는 말자. 떠올리기라도 하자.

그러다 보면 노력할 것이고, 그려왔던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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